[재테크 카페]취미 살린 '솜씨창업' 일석이조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40분


육아와 가사로 가정에 발목이 잡힌 여성들이 취미와 재능을 살려 돈벌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업주부로 집안에서만 맴돌다 보면 과거의 직장경력은 아무 쓸모가 없어지는 게 한국 여성들의 현실이다. 이번 재테크 카페에서는 취미에서 시작해 전문가로 발돋움하고 수입까지 올릴 수 있는 창업분야를 소개한다.

▽박윤희 유디바닷컴 이사〓주부들이 가정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일을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많은 게 사실이다. 뭔가 해야겠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는 주부들도 있다. 가사나 육아를 사업과 따로 떼어서 생각하지 말고 그 속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 게 좋다. ‘솜씨창업’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황인자 포장연구소 대표〓주부들이 먼저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평소에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재미가 있어 물건을 만들다보니까 솜씨가 입소문으로 퍼져 가게를 열거나 학원을 차리는 게 제대로 된 순서이다.

▽박 이사〓미국은 80년대 중반 이후 여성 사업자수가 10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 대부분이 솜씨창업자들이었다. 예를 들면 아이의 사진을 찍는 데 재미를 느껴 포토전문점을 연 경우나 쿠키 만들기를 좋아해 동네사람들에게 나눠주다 제과점을 내고 이어 프랜차이즈 사장이 되는 경우 등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뜨개질 솜씨를 바탕으로 전문점을 열거나 종이접기 기술로 강사가 되기도 한다.

▽윤혜옥 이촌종이접기교실 원장〓나도 90년에 취미로 시작했다가 원장까지 됐다. 처음에는 이웃집 엄마들이 가르쳐달라고 해서 처음 3년간은 집에서 교실을 열었다. 수강인원이 100명 정도 되니까 집이 좁아져서 별도 공간을 빌려 교실을 열었다.

▽김은숙 리본하트오산점 원장〓나 역시 처음에는 취미로 헌 가구를 재단장하는 톨페인팅을 배웠다. 아직 애기가 없을 때여서 집을 예쁘게 꾸며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이사갈 때마다 가구를 새롭게 단장했더니 집을 찾아온 이웃집 주부들이 ‘잘 꾸며놓고 산다’며 가르쳐달라고 하기에 나선 게 직업이 됐다.

▽박 이사〓솜씨창업 아이템은 가까운 데서 찾는 게 좋다. 아이를 잘 키운다면 가정탁아나 베이비시터 출산육아용품전문점 육아사이트 등을 운영할 수 있다. 음식을 잘 만들면 요리전문가나 출장요리전문가로 변신하는게가능하다.손재주가 좋으면 커튼이나 인테리어 십자수 퀼트전문점 등을 열 수 있다. 요즘은 꽃인테리어전문점과 십자수전문점 톨페인팅 반찬전문점등이인기있는 분야로 꼽힌다.

▽황 대표〓요즘에는 초보자들이 배울 곳도 많다. 구민회관과 백화점문화센터 산업디자인진흥원 등에서 월 3만∼60만원의 수강료를 내면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특히 동사무소의 강좌가 아주 활성화돼 있다. 강좌도 수지침과 재즈댄스 리본공예 포장 발마사지 등 많게는 10개에 이른다. 취미 위주로 강의하지만 강사의 수준이 낮지는 않다. 구민회관과 일하는여성의집 여성센터 등은 수강료가 무료거나 월 2만∼3만원선으로 싸다. 백화점문화센터도 월 2만원수준이다. 전문가과정이 개설돼 있는 산업디자인진흥원 수강료는 3개월에 60만원이다.

▽윤 원장〓종이접기는 협회의 지도사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받는다. 지금은 서울 이촌동아파트단지에 10평 정도의 교실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처음 교실을 열 때는 내 작품으로 장식을 했기 때문에 임대료 정도의 비용만 들었다.

▽김 원장〓남편을 따라 서울을 떠나게 됐는데 지방 주부들의 문화욕구가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방도 서울보다는 지방에서 운영하는 게 훨씬 쉽다. 서울이 포화상태이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일부러 지방에 공방을 내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요즘에는 학교를 졸업하면서 창업할 요량으로 전문적으로 배우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났다.

▽윤 원장〓최근 1∼2년 사이에 처음부터 창업을 해서 돈을 벌 목적으로 배우러 오는 분이 많아졌다. 이런 수강생들은 곧 싫증을 내 끈기있게 배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박이사〓가장 중요한 것은 한가지를 선택해서 꾸준하게 하는 것이다. 또 내가 뭘 잘 할 수 있나를 평소에 꾸준하게 살펴봐야 한다. 싫증을 느껴 중도포기하지 말고 시간여유를 갖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황 대표〓50세가 넘어 포장을 배운 분을 봤다. 사회활동도 해본 경험이 없는 전업주부였는데 수영강사에게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주니까 동료 주부들이 보고 너도나도 해달라고 한 게 계기가 돼 인터넷 사이트까지 만들었다. 나 역시 40세가 돼서 이 일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다 컸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했다.

▽박 이사〓솜씨가 일정 수준에 올라 공방을 내거나 학원을 차릴 때를 대비해서 창업자금용으로 평소에 조금씩 돈을 모으는 것도 필요하다.

▽황 대표〓공방을 낸 뒤에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는 것이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는 방법이다. 일단 고객이 돼 신뢰감이 생긴 뒤에는 온라인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요즘은 홈페이지를 무료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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