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박성철 신원회장 "회사 살리기위해 모두 버렸어요"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31분


박성철(朴成喆·61) 신원 회장을 처음 만나면 “창업주와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나올 법하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류회사 가운데 하나인 신원이므로 창업주라면 연세가 지긋하겠거니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 본인이 창업주라면 한 번 놀라고 나이를 듣고 나면 또 한 번 놀란다.

박 회장은 그만큼 젊어보인다. 최근 더 젊게 보이는 것은 머리를 염색한 덕도 있지만 신바람나는 일이 하나 더 있기 때문. 98년도에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신원이 만 3년만에 예정보다 빨리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을 전망이다.

“70년도에 직물 편직기 7대와 직원 13명 갖고 시작한 사업입니다. 어려워지니까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안 나더라고요. 나나 직원들을 모두 버리더라도 회사는 살아야한다는 생각만 났습니다”

실제로 그는 많은 것을 버렸다. 자신이 갖고있던 회사 지분을 모두 내놓았다. 지금은 오너가 아니라 전문경영인으로서 신원의 회장자리를 맡고 있다. 경쟁력이 없는 브랜드도 버렸다. 13개나 되던 브랜드 가운데 5개만 남았다. 16개나 되던 계열사도 현재는 ㈜신원 하나만 남았다. 물론 화의가 진행중인 대전CATV와 한밭CATV 신원텔레콤도 있지만 대부분 법정관리를 통해 팔거나 법정관리 중이거나 부도처리됐다. 명동에 있는 빌딩도 시장에 나와있다.

그 과정에서 2100명이나 되던 직원 가운데 1200명이 나가고 900여명만 남았다. 인력 정리에서 반발이 많았을 법도 하다. “직원들도 ‘정원초과인 배에서 모두 버티면 배가 가라앉는 수밖에 없다’는 데에 공감했지요. 회사가 다시 살아나면서 그만뒀던 직원 중 몇 명이 다시 출근하고 있어요.”

신원은 워크아웃 3년만인 올해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1·4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같은 기간보다 10% 늘어난 1195억원이며 영업이익은 129억원으로 48%나 늘었다. 상반기 매출액은 작년 동기와 비슷한 2346억원 정도지만 영업이익은 25% 증가한 185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내실위주의 경영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경영진과 직원간의 신뢰는 회사의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박회장은 인간미를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직원들이 타기를 꺼려하면 “어서 들어와”라고 재촉하거나 여직원들에게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그는 앞으로 수출에 주력할 방침. 특히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중국, 중남미 최대 시장인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박회장은 요즘 소설 ‘람세스’를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소설을 보면서 인간세상사가 신의 ‘섭리’대로 돌아간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는 것. 그가 신원의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이울수 있을지 주목된다.

▼프로필▼

△생년월일:1940년 6월 24일(전남 신안 출신)

△학력:목포고, 고려대 경영대학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첫 사회생활:64년 산업경제신문 기자

△사업이력:70년 사업시작,73년 신원통상 설립

△가족:부인과 세 아들

△골프:88∼90타

△좋아하는 음식:보신탕

△담배 및 술:안 함

△좋아하는 책:성경, 람세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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