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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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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두질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개혁(改革)이란 말에 왜 ‘가죽 혁(革)’자를 사용했는지 짐작이 간다. 개혁의 사전적 의미는 새롭게 뜯어고친다는 것이다. 합법적 절차를 밟아 정치 사회상의 묵은 체제를 새 체제로 바꾸는 것이라는 구체적인 설명도 나온다. 요컨대 그대로 두면 금세 썩어버릴 날가죽(皮)을 쓸모 있는 가죽(革)으로 만드는 과정이 무두질이고 이를 정치 사회현상과 연관지은 말이 개혁이 아닌가 싶다.
▷본디 개혁은 이처럼 좋은 말이다. 끊임없이 추진해야할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지금 개혁을 놓고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는 걸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개혁 절차와 방법상의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이나 부실기업처리 등에서 보았듯이 정부는 그동안 법과 제도, 시장원리보다는 행정력에 입각한 밀어붙이기식 개혁을 추진해왔고 이것이 결국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다.
▷이 때문일까. 얼마 전에는 ‘개혁피로증’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정부가 나서 처방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더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 대한변호사협회도 정부의 개혁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전국 변호사 대회에서 법치(法治)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결의문을 채택, 큰 파문을 몰고 온 것이다. 결의문의 일부 내용과 채택 과정 등을 놓고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지만 법치를 세워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개혁을 통해 사회의 주름살을 펴자면 법치의 원칙부터 지켜야 한다.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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