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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3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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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제노바에서 개최된 세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22일 세계 경제침체를 저지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폐막되자 23일 일본 도쿄(東京)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하락세를 보였다.
G8 정상들은 경제선언에서 세계경제에 대해 “건전한 정책이 강력한 성장을 위한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데 그쳤다. 각국 증시에서는 G8 정상회의의 경제전망이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와는 크게 다르고 기대를 벗어난 것이라는 평가가 확산돼 팔자 주문이 이어졌다.
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G8 정상회의에서 부실채권 처리를 포함한 구조개혁 추진을 약속했으나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가 “경기회복여부와 상관없이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당분간 경기악화는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정부여당은 일단 29일로 예정된 참의원선거 이전까지는 별도의 경제대책을 발표할 계획이 없어 ‘정치공백으로 인한 경제침체’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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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미국과 일본의 정보기술(IT)관련 기업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한편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기 쉬운 일본 은행도 부실채권처리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 등이 겹치면서 하락세가 가속화했다.
이날 도쿄증시에서는 주가하락으로 인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고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은행주와 정보통신 관련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무엇보다도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현재 세계경제 후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견인력이 없다는 점. 이 때문에 증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세계 동시 주가하락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일본은 부실채권 처리 등 구조개혁을,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나 금융완화를, 유럽은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한 정부재정 확대 등의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으나 시행에 이르기까지는 한계가 많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