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黨同伐異(당동벌이)

  • 입력 2001년 7월 22일 18시 23분


黨-무리 당 伐-칠 벌 類-같을 류

嫉-미워할 질 甕-독 옹 默-잠잠할 물

類類相從(유유상종)은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뜻이다. 알고 보면 森羅萬象(삼라만상)에 類類相從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은 더 지능적이며 심하다. 온갖 모임을 만들어 친목을 다진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 함은 바로 類類相從을 두고 한 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類類相從은 인류문화를 창조하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자에서 ‘무리’를 뜻하는 ‘黨’ 역시 類類相從의 결과로 나온 글자다. 곧 黨은 尙(상)과 黑(흑)의 결합이다. 黑은 冠(관, 관직)을 쓰지 않은 ‘검은 머리’(일반 백성)를 가리키며 尙은 ‘숭상하다’, ‘떠받들다’는 뜻이다. 곧 많은 사람이 한 사람을 중심으로 뭉쳐 있다는 뜻이다. 그런 무리가 政治的인 목적으로 뭉친 것을 政黨이라고 하거니와 이 또한 類類相從의 典型的인 例가 아닌가.

이렇게 같은 部類끼리 모이는 것은 초기의 인류가 맹수나 독충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그 自體야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排他性(배타성)을 띤다든지 뜻을 달리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극도의 敵意(적의)를 가지고 대한다면 바람직한 類類相從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예는 특히 政黨에서 종종 찾아 볼 수 있는데 그럴 때 우리는 그런 정당을 派黨(파당)이나 徒黨(도당)이라고 부른다.

한중 양국의 역사에서 그런 예는 수없이 많다. 이른바 黨爭이 그것이다. 宋나라 仁宗 때는 黨爭이 극에 달했다. 나라는 생각하지 않고 집단의 이익만 고집한 나머지 모함과 嫉視(질시)가 판을 쳤다. 당시 위기를 느낀 歐陽修(구양수)가 글을 올렸다. 유명한 朋黨論(붕당론)이다. 그는 여기서 黨爭(당쟁)의 폐단이 亡國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음을 史例(사례)를 들어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끼리끼리 똘똘 뭉쳐 鐵甕城(철옹성)을 쌓고는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다른 무리들을 배척하는가 하면 심한 경우, 아예 제거하는 경우도 많았다. 각종 士禍(사화)가 그것을 말해준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상대방의 주장은 이유불문하고 반대, 默殺(묵살)해 버린다.

이처럼 彼我의 구별을 분명히 하고 나와 다른(異己) 견해는 아예 싹을 잘라 버리는 것을 黨同伐異라고 한다. 여기에는 절충과 타협이 있을 수 없다. 물론 좋은 현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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