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日 증시침체 경제개혁 암초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39분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경제개혁 계획이 주가침체라는 암초를 만났다.

도쿄(東京)증시 닛케이주가는 18일 11892.58엔을 기록, 심리적 방어선인 12,0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19일에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전날보다 겨우 15.81엔 오른 11908.39엔에 머물렀다. 시장에는 10,000엔선도 곧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인기 약효 끝〓닛케이주가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내각 말기인 3월15일 15년 만의 최저치인 11919.70엔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내각 출범 직후 치솟아 14,529.41엔(5월7일)까지 회복됐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의 경제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

고이즈미 총리가 ‘구조개혁의 고통 분담’을 호소했을 때 국민은 물론 경제계도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겠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경제대책의 구체적인 내용 확정을 이달 29일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로 미루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개혁 난항〓고이즈미 개혁안의 핵심은 부실채권 처리였다. 현재와 같은 주가침체가 계속되면 은행은 보유주식 평가손이 커지고 자금 동원력이 떨어진다. 그만큼 부실채권 처리는 어려워지게 되고 개혁은 난항을 겪게 된다.

일본 정부는 대형은행 부실채권 11조엔(약 110조원) 가량을 털어낼 계획. 하지만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기업파산이 늘어나 처리할 부실채권 규모는 더 커진다. 이에 따라 금융계 일부 인사들은 공적자금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사히은행 등 대형은행 주가가 사상 최저수준에 근접한 것도 문제. 9월 중간결산 이후에는 주가를 반영하는 시가(時價)회계가 도입되므로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낮아져 재무구조가 더 나빠질 전망이다.

▽해법은 어디에〓고이즈미 총리는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며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도 신속한 대책을 촉구하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고이즈미 내각은 고통을 수반한 경제개혁을 최대 선거공약으로 내건 터라 갑자기 방향을 틀어 경기부양책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 특히 자민당 내에서는 “참의원 선거의 최대 악재는 경기침체”라며 공공사업 확대를 통해 ‘즉효’를 노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개혁취지에 어긋나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닛케이렌(日經連) 회장을 비롯한 경제계 인사들도 증시안정대책을 촉구하고 있으나 참의원 선거가 끝나기까지는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을 것 같지 않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는 당분간 혼미를 거듭할 전망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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