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최연소 그랜드슬램 캐리 웹 끝내 눈물

  • 입력 2001년 6월 25일 19시 16분


세계 여자프로골프 사상 최연소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석권)을 달성한 캐리 웹(호주)은 우승을 감지한 순간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숱하게 우승했지만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그가 웬일일까.

25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듀폰CC(파71)에서 벌어진 2001맥도널드 LPGA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홀. 파퍼팅을 남겨둔 웹의 눈가는 이미 벌겋게 변해 있었다. 얼마나 기뻤으면 경기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눈물을 흘렸을까. 언제나 당당하던 웹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승 인터뷰에서 그것은 단순한 ‘기쁨의 눈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사경을 헤매는 외할아버지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한순간에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네 살 때 플라스틱 골프채를 사주며 ‘골프의 길’로 인도한 외할아버지 믹 콜린슨(71)이 뇌일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첫 라운드가 시작된 목요일 저녁.

3라운드를 끝낸 토요일 저녁 ‘할아버지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급보가 날아들자 웹은 최종 4라운드를 포기하고 귀국하기로 결심했다. ‘그랜드슬램은 내년에도 다시 이룰 수 있지만 할아버지의 임종은 생애 단 한번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호주에서 걸려온 외할머니의 귀국 만류 전화에 웹은 눈물을 머금고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할아버지 생전에 그랜드슬램 소식을 반드시 전해드리겠다’고 다짐한 웹은 이날 2번홀부터 3연속 버디를 낚아 2위 그룹을 6타차로 따돌리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만 26년7개월의 나이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62년 미키 라이트(미국)가 세운 종전 최연소 기록(만 27세)도 깨뜨렸다.

웹에게는 이날 우승이 ‘최연소 그랜드슬램’의 진기록과 22만5000달러의 우승상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의미가 있었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