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시모집 경향]영어독해-수학풀이"사실상 본고사"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52분


올 1학기 대학 수시모집의 내신 우수자, 일반 학생, 고교장 추천자 등 교과 성적이 큰 영향을 미친 전형에서 심층 면접 점수가 당락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의 경우 최종 합격자 300명 가운데 당초 합격권에 들었던 149명(49.7%)이 불합격했다.

서강대도 118명의 최종 합격자 가운데 49.1%인 58명이 면접 성적만으로 당락이 뒤바뀌었다. 최대 37등의 격차를 면접에서 만회해 합격한 학생도 있었다.

대학 입시 관계자들은 “심층 면접에서는 객관식 지필고사와 달리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잘하고 못하는 학생이 뚜렷하게 구분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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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대입전략연구소 이승이 소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등급제로 바뀌고 학교생활기록부 성적도 학생들간 차이가 거의 없어 9월부터 치러지는 2학기 수시모집에서도 심층 면접구술고사가 당락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층면접은 인성이나 가치관을 묻는 옛날의 형식적인 면접시험이 아니다. 영어 독해력과 수학 물리 등 대학 수업을 받는 데 기초가 되는 학력을 평가하는 ‘본고사’에 가깝다. 이 때문에 사실상 본고사가 부활됐다는 평가도 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인문계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대부분의 대학이 계열 공통으로 영어 지문을 제시한 뒤 △읽고 내용을 요약하거나 △해석하거나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라는 주문을 했다. 이는 영어원서 강독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한것. “결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는 게 대학측의 평가다.

이화여대의 경우 합격자 가운데 영어 면접문항에 완벽하게 대답한 학생의 비율이 인문계와 자연계 각각 6.2%와 14.3%에 불과했다.

서강대 강재효 입학처장도 “발음은 좋은데 독해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자기소개 등 간단한 질문에 영어로 답하는 순서를 준비했으나 시행할 엄두도 못냈다”고 말했다. 인문계의 경우 수험생간 성적 편차가 큰 영어 성적이 사실상 당락을 갈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연계

자연계열을 지원한 학생들에게는 수학과 물리의 기초 개념을 묻는 문제가 주어졌다.

고려대는 ‘sin(X)의 미분이 어떤 함수가 되는가’ ‘왜 그렇게 되는지 이유를 설명하라’는 등 기초적인 질문에서 시작해 좀더 깊이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유도했다.

서강대도 ‘a가 유리수이고 b가 무리수이면 a+b는 무리수이다는 명제를 증명하라’는 등 간단한 명제나 방정식 함수 등을 필기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풀어볼 것을 요구했다.

한양대는 교수들 앞에서 수학과 물리의 기본 개념이 복합된 문제를 풀어보도록 했다. 한양대 배영찬 입학관리실장은 “수능처럼 단시간에 풀거나 개념을 잘 몰라도 문제 유형에 익숙하면 풀 수 있는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문제 풀이 과정을 이해하고 기본 개념을 잘 알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사

인성 및 가치관뿐만 아니라 전공 관련 문항에서도 신문과 방송에 화제가 됐던 뉴스가 많이 인용됐다.

‘어느 성형외과 의사가 자신의 환자였던 연예인의 체중 감량 시술을 폭로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한양대) ‘적자가 계속 발생하더라도 금강산 관광은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서강대) ‘얼마전 한 중학교 미술교사가 자신과 임신한 부인의 누드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성균관대) 등등.

수험생의 가치관뿐만 아니라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력과 비판 능력 등을 평가하려는 의도다. 이승이 소장은 “시사 문제가 전체 논제의 70∼80%에 이른다”며 “신문과 TV 토론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보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식 면접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몇몇 대학은 집단 토론식 면접을 병행했다.

토론식 면접에서는 자기 주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끝까지 관철시키느냐가 관건. 한양대 토론식 면접에서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집에서 돌봐야 하는가, 전문 병원에 맡겨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한 학생이 “집안에 모시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럼 가정 생활이 엉망이 될텐데…”라는 반박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맥없이 무너져 감점을 당했다.

토론식 면접에서는 협동심과 사회성도 주요 평가항목이다. 자기만 튀겠다는 욕심에 경쟁자의 말허리를 끊거나 혼자 떠들면 오히려 감점을 당한다.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관점에서 적절히 반박하면서 주장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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