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문건/금리 내려 소비 북돋울 때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29분


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년이 지나고 있다. 연초만 해도 국내경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경기둔화와 내수침체로 또다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됐다. 돌이켜 보면 대다수의 경제주체들이 아직 1998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러한 전망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반기 중 한국경제는 대내외적으로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4%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선의 고성장 추세보다는 둔화되었으나 당초 예상보다는 안정세를 유지한 셈이다. 지난해 이후 지역내 주요 경쟁상대국인 일본과 대만의 경제성장률이 정체수준으로 추락한 것과 비교하면 외부충격에 대한 국내 경제주체들의 대응능력은 분명 향상되었다.

2차 기업·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는 문제 대기업들의 만기 회사채를 신속히 인수하여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일본경제의 회복을 위한 의도적인 엔화 절하에 원화가 적절히 조정되도록 시장기능을 존중하였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대기업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세계적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통해 수익기반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최근 국내 경제는 지난해 상반기를 정점으로 시작된 경기 소순환의 저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올 하반기 중 한국경제는 과거와 같은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채 횡보하거나 소폭 반등하여 5% 내외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경제회복을 견인할 성장동인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수출은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회복 지연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하반기에도 상당기간 금액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투자도 기업의 수익이 악화되고 아직 가동률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는 경기회복을 선도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난해 이후 자본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재무분야를 비롯한 기업경영 전반에 걸친 과도한 규제가 상존하고 있어 대부분의 기업은 공격적인 경영을 전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하반기 국내경제 성장을 지지하고 회복세를 가속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확대가 유일한 대안이다. 또한 업종별로는 하반기 상당기간 IT산업보다는 전통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성장 기여도가 높아져야 한다. 다행히도 상반기 중 소비자 태도지수는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고 서비스업의 성장세도 가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기준선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미래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소비지출을 줄이려는 가계가 확대하려는 가계를 상회하고 있다. 더구나 상반기 중 전통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성장 기여도는 30% 이하에 그쳤다. 한마디로 한국호는 대내외적인 어려움으로 추진력을 잃은 채 횡보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해 자본시장기능 회복을 통한 내수증진에 하반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조기처리를 통해 시장의 위험을 줄임으로써 금융시장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자금시장의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한 여건조성 차원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속한 구조조정과 금리인하는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고 소비를 진작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재정지출 확대정책은 경기침체가 지속되어 경기부양이 불가피할 경우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부진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들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도산 등으로 공급능력이 축소된 상황에서 지금은 경쟁력 확보와 기회 선점을 위한 적정수준의 합리적 투자확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부채비율 준수규정 등 투자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들을 완화하는 한편 외환위기 이후 시행되고 있는 기업 및 금융개혁 정책들을 수용능력과 현실에 맞게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한국경제는 올 하반기 중 1998년말 경험한 내수 주도의 경기회복을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문건(삼성경제연구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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