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네팔 국왕부처 왕세자 총탄에 피살

  • 입력 2001년 6월 3일 18시 44분


네팔 왕실에 왕세자의 결혼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참사가 빚어졌다. 비렌드라 국왕(55) 부처 등 왕족 8명이 1일 밤 10시10분경(현지 시간) 왕궁에서 만찬을 갖던 중 디펜드라 왕세자(30)가 난사한 총에 맞아 숨졌다고 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왕세자는 술에 취한 채 자동소총 두 정을 들고 나타나 총을 난사한 다음 자살을 기도했으며 현재 뇌사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참극으로 숨진 사람은 국왕과 아이스와랴 왕비(51), 쉬루티 공주(24), 니라잔 왕자(22), 국왕과 남매간인 샤라다 샤흐 부부와 두 딸 등 8명. 국왕의 동생 등 4명이 다쳤다.

왕족에 대한 장례식은 2일 국민의 애도 속에 거행됐으며 네팔 국가평의회는 왕위 계승자인 왕세자가 뇌사 상태라 섭정 왕세자로 국왕의 동생 갸넨드라 왕자를 지명했다.

디펜드라 왕세자는 전직 장관의 딸 데브야니 라나(22)와 힌두교 의식으로 비밀결혼을 치렀지만 왕비는 이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타임스 등 일부 매체는 점성가들이 국왕에게 “왕세자의 결혼을 35세 이후로 미루지 않으면 국왕 신상이 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소문이 최근 나돌았다고 2일 전했다.

일부 매체는 국왕이 왕위를 왕세자 대신 이번 사고로 숨진 동생 니라잔 왕자에게 넘길 뜻을 밝힌 바 있어 왕위계승 갈등도 참사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도했다.

디펜드라 왕세자의 모교인 영국의 명문학교 이튼 칼리지측은 “온화하고 다정한 성품의 소유자로 학업 성적은 뛰어났지만 가끔 폭음하는 것이 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왕을 보좌해 일부 국정에 관여해왔지만 외교사절 영접이나 각종 회의 등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헬기 조종은 수준급이며 수영 골프 스쿼시 등을 즐긴 만능 스포츠맨으로 체육계를 적극 후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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