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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31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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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체는 고대의 값비싼 골동품과 스타들을 좋아하는 탐미주의자였다. 또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전통을 현대화한 신고전주의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의상과 악세사리에 대한 첫 느낌은 퇴폐적이고 화려하면서도 우아하다.
"디자인하지 않아요. 디자인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여체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입체적인 재단을 하는 거지요. 그리고 입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 옷이 재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둡니다."
자신의 이러한 말에도 불구하고 그의 디자인은 완벽하다는 평을 들었다.
간결하면서 세련된 맵시, 균형과 조화에 대한 정확한 감각과 과감한 색채. '헤드 투 토 룩(Head-to-toe-look)'을 전세계에 유행시킨 베르사체의 디자인은 섹시하고 육감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에서 시작한다. 베르사체는 너무나 인간적인 이 이미지를 일러스트레이션 예술 사진광고 등을 이용하여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오페라 발레 연극 등의 무대의상도 디자인하여 독창적인 예술성을 보여 주었다.
90년대 중반에는 의상 악세사리 향수 등 베르사체 기업의 매출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지아니 베르사체가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패션계의 우상임을 확인한 때였다. 가장 절정기에 아무런 예고 없이 지아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패션왕국은 무너지는 듯 했다.
그러나 12주후 베르사체 기업에서는 98 봄·여름 컬렉션을 발표했다. 이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지아니의 여동생 도나 텔라였다. 그녀는 그동안 자매 브랜드인 베르수스 라인과 악세사리 등을 디자인한 저력을 바탕으로 지아니가 소홀했던 모던하고 단아한 면을 부각시켰다.
남녀 모두에게 가죽옷을 입게 하였고 여성들에게는 스타킹같은 바지를 유행시킨 베르사체. 대중에게는 아테네 여신에게 저주받은 메두사를 상징하는 로고로, 패션 매니아에게는 영원한 신화로 기억될 것이다.
장현숙(보석 디자이너) client@jewelbott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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