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물고기도 받아요"…은행 대출담보 다양화

  • 입력 2001년 5월 31일 19시 14분


“담보로 넣을 부동산이 없으세요? 그러면 주식이나 채권을 가져오세요. 그것도 없으면 개인택시면허증이나 냉동창고에 보관중인 수산물, 옥상 전광판도 담보로 받아줍니다.”

부동산 담보를 고집하던 금융계가 개인택시면허, 수산물 등으로 담보대상을 넓히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부동산값 하락으로 부동산담보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린 데다 최근 들어 넘치는 돈을 굴릴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값어치가 나가는 것이면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기 위해서다.

강원지역의 통합 신용금고인 금강상호신용금고의 문대석(文大錫) 원주지점장은 “개인택시면허를 담보로 1000만원까지 대출해주고 있다”며 “개인택시 운전사들이 차를 바꾸거나 급전이 필요할 때 많이 이용한다”고 밝혔다. 개인택시면허증 사본과 자동차등록증 및 배우자 동의서를 내면 연13.8% 금리로 2년 이내에서 대출받는다. 기업은행 홍계화(洪啓和) 영업부장도 “개인택시면허를 담보로 연11.5%(프라임레이트+2.0%)로 1000만원까지 대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기는 1년이나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부산의 한마음신용금고는 수산물을 담보로 대출해준다. 이 금고 대출담당자는 “냉동창고에 보관중인 수산물을 대상으로 매입가격의 70%까지 연12.0%에 대출해준다”며 “창고보관증과 약정서 등을 제출하면 6개월 이내에서 대출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살아있는 물고기(활어) 등 시간이 흐를수록 상품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제외된다.

새한금고(서울)는 건물 옥상에 세워진 전광판을 담보로 전광판 소유주에게 1억∼5억원을 대출해준다. 매달 입금되는 광고료로 원리금을 분할 상환받는 조건이다. 동부신용금고(서울)는 공모주청약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공모주청약이 수익은 높지만 청약증거금을 내지 못해 주식을 배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착안한 상품. 그룹계열사인 동부증권에서 청약할 때만 대출해준다. 한국증권금융은 주식 채권 수익증권 등 유가증권을 담보로 대출해준다. 대출한도는 개인 10억원, 법인 50억원이며 금리는 연8.75∼9.25%다. 만기는 1년이며 1년 단위로 두 번까지 연장할 수 있다. 국민은행도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담보로 내놓은 주식의 대용가액이나 월 평균가액의 70%(시가의 50%가량)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제주은행은 예금거래를 하는 고객이 일시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경우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으로 예금담보대출을 운용하고 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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