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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3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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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7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서 미국측 대표들은 이런 취지의 말을 자주 했다고 정부 당국자들이 전했다.
“북한이 왜 5차 장관급 회담을 무산시켰는지 모르겠지만 북측의 ‘전략적 실수’였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남북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 더군다나 이산가족 상봉이나 서신 교환 등 인도주의적 사업까지 중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
그들은 심지어 북한의 재래식무기 문제까지도 자신들의 대북협상 항목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측 대표들의 이런 말과 입장의 이면에는 ‘북한은 믿을 수 없고 변덕이 심한 나라’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우리측은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려면 무엇보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지만 미측의 대북 인식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조금이라도 성의를 보였으면 미국이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재래식 무기문제만 하더라도 2차 국방장관회담 일정이라도 잡혀 있다면 ‘그 문제는 우리에게 맡기라’고 자신 있게 미측에 얘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 같은 ‘불신’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남북한이나 미국 모두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무수한 약속 파기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북한은 요즘 부쩍 ‘외세 배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남북관계에선 지킬 것은 지켜줘야 우리도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형권 정치부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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