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기적의 항암제? '글리벡 신드롬'…암환자 문의쇄도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32분


‘글리벡, 글리벡!’ 열풍. 만성골수 백혈병에 특효약으로 알려진 스위스 노바티스사의 글리벡(개발명 STI 571)이 국내에 공급돼 상당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5년째 백혈병과 투병중인 환자 김모씨(25)는 25일 “두 달전 암세포가 고관절 등 몸 곳곳에 퍼지는 급성기로 진행돼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입원했었다”며 “그러나 글리벡을 먹은 뒤 몸의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하루 하루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글리벡 공급 심의위원장’인 가톨릭대 의대 김동욱(金東昱)교수는 “16일부터 매일 한 차례씩 글리벡을 투약한 백혈병 가속기 및 급성기 환자 10명 전원의 병세가 급속히 나아졌다”고 밝혔다. 만성골수 백혈병은 만성기를 거쳐 가속기 급성기 순으로 악화되는데 가속기와 급성기 환자에게는 인터페론 주사 요법 등 기존 항암 치료가 거의 효과가 없다.

김교수는 “특히 급성기 환자 2명은 투약 8일만에 백혈구와 혈소판의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고 혈액내 암세포 수치 비율도 치료 전 60%에서 치료 후 1% 미만으로 떨어졌다”며 “현재의 회복 속도라면 내주 중 입원 환자 모두 퇴원한 뒤 통원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글리벡은 기존 항암 치료에 비해 부작용도 거의 없는 것으로 풀이됐다. 김교수는 “투약한 뒤 일부 환자들이 약간의 메스꺼움, 부종 등의 증세를 나타났지만 국제보건기구(WHO)가 규정하는 ‘1도 부작용’에 해당하는 가벼운 증세”라고 말했다. ‘1도 부작용’은 약의 용량을 조절하지 않고 지속적인 투약이 가능한 가벼운 부작용을 말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이 나기 전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돼 국내 환자들에게 시험 투약된 글리벡. 노바티스사가 한국 희귀의약품센터에 무상 기증한 글리벡은 150명에게 한 달간 투약할 수 있는 2만7600알. 현재 이 약으로 치료중인 백혈병 환자는 전국적으로 45명이다.

한편 글리벡의 이같은 효능이 부풀려지면서 암환자들 사이에서 폐암, 자궁암, 간암까지 치료 가능한 ‘기적의 만능 치료제’로 착각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임상 시험 결과 만성골수 백혈병과 일부 위암(GIST) 등 특수한 효소가 혈액에서 발견되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으며 나머지 암에 대한 치료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 언론사, 주요 병원, 제약업체에는 암 환자와 가족들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시험에 참여하는 방법을 묻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각국의 백혈병과 골수이식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3월 스위스에서 열린 글리벡 연구자 대표 모임에서 내려진 결론은 “글리벡만으로 완치는 불가능하며 기존 항암 치료보다 생존 기간을 2∼4배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교수는 “장기 복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한달 약값 추정치 150만∼200만원)과 다른 약처럼 내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글리벡은 결코 ‘완치제’가 아니며 현재로선 환자의 병세를 호전시킨 뒤 골수이식을 하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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