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旱魃(한발)

  • 입력 2001년 5월 23일 09시 13분


旱 魃(한발)

旱-가물 한 魃-가뭄귀신 발 璧-구슬 벽

潰-무너질 궤 滅-죽을 멸 灼-지질 작

우리나 중국은 ‘하늘’에 대해 독특한 認識(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현상은 물론 人間事까지 主宰(주재)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곧 하늘은 完璧(완벽)한 인격을 갖춘 絶對的인 存在로서 하늘의 뜻을 거역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른바 天人合一思想이다.

그리고 하늘이 내리는 吉凶禍福(길흉화복)은 모두 인간의 행위에 대한 應報(응보)라고 여겼다. 그 하늘이 내리는 災殃(재앙) 중에 가뭄도 있다. 漢字로는 ‘旱魃’이라고 하는데 본디 중국 神話에 등장하는 大神 黃帝(황제)의 딸로서 가뭄을 몰고 오는 女神의 이름이다.

여러 神 중에 黃帝의 자리를 넘보던 蚩尤(치우)라는 惡神이 있었다. 생긴 모양도 奇怪(기괴)했을 뿐만 아니라 포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수십마리의 도깨비를 동원하여 쳐들어 왔다. 짙은 안개를 일으켜 사람들을 誘引(유인)해서는 닥치는대로 죽였다.

후에 그들이 龍의 울음소리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黃帝는 應龍(응룡)을 불러 蚩尤의 군대를 막게 했다. 그러나 應龍이 미처 造化도 부리기 전에 風伯과 雨師를 불러와 暴風雨를 쏟아 붓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온 天地가 물바다가 되었다. 黃帝의 군대는 潰滅(궤멸)되고 말았다.

이제 黃帝는 作戰을 바꾸어야 했다. 그것은 자신의 딸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녀의 딸 旱魃은 그리 잘 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몸은 늘 이글거리는 용광로 같았다. 과연 그녀가 戰場에 나타나자 폭풍우는 사라지고 대신 灼熱(작열)하는 태양이 내리 쪼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도 기진맥진한 나머지 天國에 오르지 못하고 인간 세상에 눌러 앉아야 했다. 자연히 그녀가 가는 곳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온 천지가 불덩이가 되어 타올랐다. 백성들의 아우성이 도처에서 들려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黃帝는 그녀를 赤水 以北에서만 살도록 엄명을 내렸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방랑벽이 심했던 그녀는 몰래 이곳 저곳을 돌아 다녔다. 물론 그 때마다 旱災(한재)가 뒤따랐다. 그러나 그녀를 쫓는 방법은 있었다. 도랑을 파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기도를 드린다.

‘旱魃이여! 제발 赤水 以北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기도를 들으면 旱魃은 미안한 나머지 발길을 돌린다고 한다.

봄 가뭄으로 전국민의 걱정이 태산같다. 먹을 물조차 부족하다. 아마도 그놈의 旱魃이 나타난 모양이다. 祈雨祭(기우제)라도 지내면 어떨까.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