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몽블랑' 역사에 남은 필기구

  • 입력 2001년 5월 10일 18시 33분


문자를 기록하는 도구는 많다. 워드프로세서나 PDA처럼 문명의 발달을 반영하는 ‘디지털 도구’들도 생겨난다. 필기구의 의미와 영역은 끝없이 확대되고 있는 것.

하지만 글자를 적는 도구 가운데 만년필 같이 로맨틱한 감성을 담은 것이 또 있을까.

‘파운틴 펜(fountain pen)’이란 이름은 샘처럼 마르지 않고 잉크가 솟아나 잉크를 매번 찍지 않아도 쓸 수 있는 필기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년필(萬年筆)’이라는 이름은 중국에 소개되면서 자기중심적 해석에 강한 중국인들이 붙인 이름.

몽블랑(Mont Blanc)은 독일의 대표적인 만년필 업체. 1906년 독일 함부르크의 문구상 클라우스 요하네스 포스와 은행가인 크리스티안 라우센, 베를린의 엔지니어 빌헬름 잠보 세 사람이 힘을 합쳐 작은 만년필 회사를 세웠던 것. 100여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알프스 몽블랑 정상의 만년설을 상징하는 뚜껑의 하얀 별은 유럽인의 가슴에 고급 필기구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1990년에는 독일 통일문서의 서명 필기구로 역사에 기록되기도 했다.

몽블랑 문화상을 제정해 예술과 문화의 발전에 공헌한 이들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몽블랑의 이름을 딴 문화재단과 오케스트라는 세계를 상대로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스위스의 리치몬드 그룹에 인수합병된 뒤에는 거대 자본력과 공격적 마케팅에 힘입어 세계 70여개국 130개 매장을 열었으며 더 나아가 토털 액세서리 브랜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만년필은 가장 ‘섹시’한 필기구다. 뚜껑의 디자인, 손잡이의 선, 그리고 펜촉의 강렬함이 어우러져 성적 매력마저 풍긴다. 이런 이유로 남성 정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상의에 몽블랑을 꽂은 남성은 한 조직의 우두머리로 통한다.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라 중대한 결정에 최종적으로 서명하는 도구라는 필기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홍 성 민(보석디자이너)

client@jeweibutt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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