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주상복합 맘대로 가격 멋대로 접수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59분


‘비공개’ ‘선착순’ ‘사전예약’….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에 편법이 판치고있다. 일반적인 아파트 분양방식은 분양가를 확정한 뒤 공개청약 접수를 통해 당첨자를 정한다. 그러나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비공개, 선착순 등 분양방식을 제멋대로 동원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가격도 모른 채 청약〓서울 서초구 서초동 옛 삼풍백화점 터에 짓는 ‘아크로비스타’는 지난달 25일 분양을 시작했지만 당일 아침까지 분양가격이 ‘비밀’이었다. 시행사인 대상은 분양 전날인 24일 밤 11시까지 분양 담당자에게도 분양가격을 알리지 않았다. 결국 분양 당일 아침부터 모델하우스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은 분양신청서를 쓰기 직전에서야 자기가 청약하려는 집값을 알 수 있었다.

3월 공급된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파크뷰’도 비슷했다. 3일씩 밤을 새며 모델하우스 앞에서 선착순 분양을 기다린 수요자들은 결국 내용을 알지 못한 채 무작정 수천만원대의 청약금을 내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업체들이 이처럼 분양가 공개를 늦추는 것은 최근 초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부동산에 몰려드는 점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전략. 여기에 분양 전날까지 눈치를 보다 수요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분양가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일반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 비교

구분일반아파트주상복합아파트
적용 법률주택건설촉진법건축법
사업승인승인 대상대상 제외(건축허가로 대체)
분양승인승인 대상대상 제외(건축심의만 받고 임의 분양 가능)
분양보증보증 대상대상 제외(업체 부도시 구제방안 없음)
청약방식공개 청약임의 청약(업체 임의로 분양방식 결정)
분양시점분양승인 후 건축허가 전 분양 가능
청약결과 공개공개비공개 또는 업체 임의
대금(중도금) 납부공정률 50% 전후에 2회 이상

분할해 60%까지로 제한

업체 임의
입주 후 관리공동주택관리령 적용업체 임의 (일반건축물과 마찬가지)
관리비표준화(지역 편차 적용)부대시설에 따라 편차 큼

▽선착순으로 바람잡기〓대부분의 주상복합아파트는 선착순으로 청약접수를 한다. 사람들이 몰려들게 함으로써 군중심리를 이용하려는 마케팅전략.

파크뷰의 경우 모델하우스 개관 사흘 만에 10만여명이 몰려들면서 앞자리에 줄을 선 사람의 권리금이 300만∼500만원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 아파트 분양권 중 일부 평형은 프리미엄은커녕 분양가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결국 프리미엄을 주고 산 사람은 그만큼 손해를 본 셈이다.

아크로비스타의 경우 사전 예약제를 도입했다. 미리 분양 받을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전화예약 등을 받은 것. 그러나 분양 전날까지 ‘사전 예약자 중 선착순 분양’과 ‘사전 예약에 관계없이 선착순 분양’을 놓고 저울질을 하는 등 소비자를 무시했다.

▽규제의 사각지대〓주상복합아파트 업체들의 ‘멋대로 분양’이 판치는 것은 공급방식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주택건설촉진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하기 때문. 이로 인해 주상복합은 분양보증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또 청약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중도금 납부 조건도 마음대로 정하는 등 소비자 이익이 외면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최근 공급되는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아파트와 다를 바 없으며 다수를 상대로 공급되는 만큼 일반아파트처럼 주택건설촉진법의 적용을 받도록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성·이은우기자>libr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