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이나영의 에브리데이 뉴 페이스

  • 입력 2001년 4월 27일 17시 10분


금방 물 속에서 튀어나온 청개구리처럼 촉촉하고 싱그럽다.

차 안에서 창 밖을 내다보며 살며시 웃고 있는 이나영. 라디오에선 기상청 정보가 흘러나오는 중이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흐리고…' 어엇. 뉴스가 나오는 와중에 불쑥 화면전환. 갑자기 화면은 흑백으로 변하고 이나영이 물 속으로 쏘옥 빠져든다.

그리고 다시 교차하는 화면. 싱그럽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현실속의 이나영이 클로즈업 된다. 오호라. 말하자면 흑백으로 처리한 화면은 그녀의 피부심리를 나타내는 가상공간인 셈.

현실에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은유적으로 물 속에서 빠끔거리는 피부예보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후자는 자신의 촉촉한 피부를 물 속에서 노니는 걸로 표현한 것. 그녀의 피부일기예보는 '오늘도 촉촉하게 젖었습니다' 하이드로 포스 에멀전 에브리데이 뉴 페이스.

가장 사랑스러운 장면은 이나영의 마지막 표정이다. 앞머리를 내려 짧게 자르고 귀여운 이미지로 변신한 이나영. 깨골거리는 독특한 효과음과 함께 개구리 같은 표정을 짓는다. 볼을 부풀리고 입꼬리를 올려 장난끼 그득하게 싱긋~.

이 광고는 영화에서나 쓰일 법한, 흑백과 컬러가 엇갈리며 편집된 화면이 기발하다. 가끔 여자들은 자신들만의 가상세계가 펼쳐질 때가 있는데 그것을 포착해낸 재치가 돋보인다.

라네즈의 최대강점은 차별화된 독특한 켄셉 전략에 있다. 각각의 제품을 따로따로 확실하게 콕 찝어서 집중력 있게 광고한다는 것. 이번 광고는 보습효과를 노린 '하이드로 포스 에멀전', 삼각형 솔을 강조한 '컬린 앤 컬 마스카라', 물오른 컬러 '스프링 워터', 내년에도 오늘 같은 피부 '링클 퍼펙트 에센스' 등등.

이 복잡한 이름의 제품들은 대단히 전문적인 인상을 준다. 마스카라에선 이것이 최고, 이런 식의 기능성을 확신시켜주는 것이다. 그래서 꼼꼼하게 체크하는 젊은 여자들에게 환영받는 건 당연하다. 비주얼과 컨셉, 모델의 표정까지도 정교하게 짜맞추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화장품 광고는 모델이 생명이다. 제품을 그대로 사용한 모델이 얼마만큼 매혹적이고 아름답게 비춰지느냐, 이것이 관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나영은 화장품 모델로서 적역이다. 팬들 사이에서 그녀의 별명은 타조. 얼굴 작고 눈 크고 다리가 길어서.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이 없는 모델 같다. 하나로 고정된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 보면 밋밋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색깔을 칠하는 대로 달라지는 얼굴이다. 섹시할 때, 장난스러울 때, 청순할 때, 여성스러울 때, 그녀는 상황마다 다른 가면을 쓸 줄 안다.

연이어 나온 '에어라이트 트윈케이크' 광고에선 툭툭, 나무 두드리는 독특한 배경음악과 함께 머리를 틀어 올리고 가부키 배우처럼 하얀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다. 영락없이 일본여성이다. 얼굴도 다국적인 느낌이다. 몽고여인 같기도 하고, 일본 여인 같기도 하고.

에브리데이 뉴 페이스, 이나영. 사람을 끄는 그녀만의 다채로운 매력이 다양한 장르에서 빛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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