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4월 25일 18시 5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서울 강남의 상업용지는 품귀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법원 경매장에서는 수십대 1의 낙찰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동시분양아파트 청약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진다. 올 7월 리츠(부동산투자신탁)제도가 도입되면 부동산이 재테크 ‘0’순위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투자대상과 방식이 달라졌고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차별화〓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이제 부동산 시장에서 ‘대세상승’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 특정 상품만 인기를 끌고 가격이 오르는 ‘차별화’가 부동산 시장에 정착된 셈이다.
저금리 탓에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는 자금규모는 엄청나다. 그러나 이들이 노리는 부동산은 ‘좋은 지역’과 ‘매력있는 물건’으로 종류가 제한돼 있다.
종합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건국컨설팅 유종률사장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임대료 등 고정 수입이 예상되는 ‘수익형 부동산’에 쏠려 있다”고 분석했다. 원룸형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외국인 임대용 주택, 역세권 소형 아파트 등이다. 모두 짭짤한 월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토지시장에서도 이같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상품의 종류가 매력적이어도 입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면당한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주변이나 월세 수요가 많은 역세권이 투자 포인트.
지난해 분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대우 아이(i)빌 15평형은 입주를 앞두고 임대 예약을 받고 있다. 조건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90만원선. 연간 수익률이 12%를 넘는다.
리얼티코리아 박재열실장은 “서울 강남 지역을 벗어나면 10% 이상의 임대수익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웃돈 노린 투자 급증〓올 3월 경기 성남시 분당주 정자동에 분양한 주상복합 ‘파크뷰’에는 무려 1조5000억원의 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자들 중에는 실수요보다 당첨된 후 웃돈을 노린 투자자들이 훨씬 많다. ‘당첨되면 분양권을 팔아 웃돈을 챙기고 당첨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여기에서도 저금리가 핵심이다. 은행 이자는 쥐꼬리 수준인데 다만 몇백만원이라도 분양권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면 청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서울 동시분양아파트 청약률이 높아진 것도 같은 이유다.
▽선별 투자해야〓7월 리츠제도 시행도 부동산 시장의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연 부동산이 저금리 시대를 맞아 최고의 재테크 상품으로 떠오를까. 전망이 엇갈리지만 대체로 큰 기대는 금물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전히 경기가 불안하고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부동산은 많지 않은 까닭이다. 부동산114 김희선 이사는 “거래가 잘 되고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에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상품과 부동산의 수익률을 단순 비교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많다. 부동산 투자는 원금 보전, 고정 수입, 집값 상승에 대비한 ‘보험’ 가입 효과 등 수익률과는 별도로 다양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유니에셋 김점수전무는 “비슷한 수익률이 예상된다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