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LG 김성근 2군감독 1군코치로 임명

  • 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33분


김성근
LG 팬은 물을 것이다. “왜 김성근이냐”고.

하긴 40대 감독이 득세한 현 프로야구 판에 ‘흘러간 지휘자’를 1군에 불러올린 건 신세대 LG팬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좌초위기에 빠졌던 ‘LG호’가 김성근 2군감독(59)에게 1군 수석코치 자리를 주며 ‘SOS’를 타전한 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LG의 ‘패기, 자율야구’가 ‘경험, 관리야구’의 수혈을 절실히 필요로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김성근이 누군가. 삼성 김응룡감독과 함께 국내프로야구 지도자 1세대로 꼽히는 그는 ‘일본식 관리야구’를 철저히 신봉하는 지도자. 그에겐 오직 ‘데이터만이 유일신’이며 선수는 끊임없이 채찍질해야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게다가 ‘징크스’의 신봉자. 쌍방울 감독으로 있을 때 팀이 연승을 하자 일주일 이상 양말과 속옷을 갈아신지 않았다는 얘기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때 쓰던 거라고 실밥이 다 터진 모자를 쓰고 다닌 일화는 요즘 선수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부에선 그의 관리야구가 “하위팀에만 맞는 스타일”이라고 평한다. 실제로 그는 OB(현 두산)와 삼성 사령탑으로 있을 땐 별 성적을 못냈지만 89년 태평양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고 96년과 97년엔 만년하위팀 쌍방울을 2년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끄는 등 약체팀 조련엔 일가견을 보였다.

OB―태평양―삼성―쌍방울 등 4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통산 751승(30무700패)을 거뒀지만 한국시리즈 무대를 단 한번도 밟지 못한 것도 약점. 하지만 야구에 대한 ‘박학다식’과 ‘애정’은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또 투수교체 타이밍의 정확한 포착 등으로 마운드 운영의 귀재로 통한다. LG가 감독보다 열세살이나 많은 그를 1군으로 올리고 투수진 운영의 전권을 쥐어준 것도 이 때문.

김코치는 “너무 갑자기 이뤄진 일이라 아직 얼떨떨하다. 1군 투수들의 특성도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았는데…. 일단 5월 중순까지는 보직에 상관없이 전투수들을 고루 기용한 뒤 명확하게 역할을 구분 짓겠다”고 말했다.

위기의 LG. 과연 그의 합류로 어떤 변화를 보일까.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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