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스코 또 죽쒀" 나스닥 긴장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28분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장비 제조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의 올해 1·4 분기 실적(미국 회계연도 기준으로 2000년 3·4분기)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발표와 함께 월가가 또 다시 긴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주로 분류되는 시스코의 2분기 연속 실적악화가 최근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나스닥 시장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2월에는 시스코의 실적악화가 기술주의 폭락을 몰고와 나스닥이 곤두박질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여기에 반도체 주의 하락 반전도 관전 포인트.

▽“시스코 영향력 예전만 못할 것”〓시스코는 16일 장 마감후 1분기 실적이 주당순이익(EPS)기준으로 4센트 적자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당초 8센트 흑자를 예상했었기 때문에 12센트나 낮아진 셈이다. 이 바람에 시스코 주가가 시간외 장외시장에서 7.7%나 급락하는 등 네트워킹 관련 기술주들의 하락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시스코의 실적악화가 시장전체에 주는 충격이 예전보다는 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속적인 주가하락으로 시가총액 1위에서 18위로 밀려난데다 기술주 전반에 대한 실적악화 우려가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지수조정기에 기술주 주가가 가치주에 비해 급락한 것은 기술주 거품론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시장평균과 비슷한 강도로 움직이고 있어 기술주 거품 우려가 어느 정도 진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시스코의 실적악화가 나스닥시장 전체에 주는 충격은 예전만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주 움직임이 더 중요〓지난주말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애널리스트 조나던 조지프의 투자의견 상향조정 이후 급등했던 반도체주가 월가의 다른 애널리스트의 집중 포화를 맞고 주춤하고 있다. 메릴린치와 리만브라더스에 이어 모건스탠리딘위터(MSDW)도 16일 4분기까지 반도체 업종의 실적개선이 어렵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여파로 인텔 브로드컴 실링스 등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2∼12%까지 떨어졌고 나스닥지수도 2.64% 하락했다.

반도체업종의 주가가 떨어지면 국내 증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삼성전자가 17일 소폭 상승한 것은 아직은 낙관론이 우세하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계속 되는 실적악화 우려와 지난주말 14%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지수가 2.64%만 떨어진 것은 오히려 고무적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 그동안 주가가 큰 반등없이 계속 하락했기 때문에 대세반전은 아니더라도 기술적 단기반등의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참여자의 공감이 지수를 방어했다는 해석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시장 참여자들이 일단 17일(현지시간) 발표되는 인텔의 실적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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