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홍콩상하이은행 데이비드 엘든 회장

  • 입력 2001년 4월 15일 19시 09분


"외환위기를 맞은 동아시아 국가중에서 개혁이 가장 앞서 있는 한국 정부의 개혁의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인상이 외국투자자사이에서 느껴진다. "

전세계 79개국에 5500개의 지점을 둔 세계 4위의 은행그룹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데이비드 엘든(55·사진) 회장은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정부의 개혁을 이렇게 평가했다. 영국계인 HSBC은행은 자산규모가 5000억달러(약 650조원)로 국민-주택 합병은행 규모(120조원) 의 5배이상이다.

-한국의 개혁노력을 어떻게 보나.

"개혁을 '두더지 게임'에 비유하고 싶다. 반개혁세력(두더지)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추진하되, 반대세력을 효과적으로 막아야한다. 이전 점에서 한국정부가 반대세력을 막아내려는 힘과 의지가 최근 들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때 느껴졌던 개혁에 대한 열망이 사라졌다. 이쯤 했으면 됐다 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러나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그동안 개혁성과는 높게 평가한다."

-열망이 식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99년 증시폭등처럼 일시적인 경기회복이 급격한 변화를 거부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개혁이란 고통스런 것인데 단맛 을 본 경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현대건설 집중지원을 개혁후퇴의 징후로 보는 것인가.

"(생각을 가다듬으며)현대건설에 투자한 것은 정부가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 통상적인 기업이라면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했겠지만, 수많은 하청업체가 함께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한국의 재벌 체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

-외국인 투자를 놓고 헐값매각 논쟁이 있는데.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지난 3년간 외국인 직접 투자가 가장 많았던 곳이다. 외국인투자는 개혁없이는 투자없다 는 점에서 김대중(金大中)정부의 개혁성과로 본다. 경기침체기엔 100원에 팔았지만 경기가 좋아진 뒤 왜 110원에 팔지 않았느냐 고 지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핵심은 매각시점에서 얼마나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느냐다. 그러나 헐값논쟁이 부정적이지 않다. 한국기업을 사면 나중에 딴소리가 나온다 는 우려는 없다고 본다.

-HSBC가 서울은행을 사들일 생각이 있나.

98년 서울은행 인수에 실패한 적이 있지만 아직은 서울은행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 솔직히 말해 98년 실사비용(듀 딜리전스)비용이 너무 컸다. 그런 비용을 다시 부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여할 생각이 없지는 않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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