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월드]美 백만장자 우주관광 꿈 실현될 듯

  • 입력 2001년 4월 12일 16시 07분


"우주비행사가 아닌 일반인도 우주여행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미국인 백만장자 데니스 티토(60)가 세계 최초로 '우주 관광'의 꿈을 이루게 됐다.

러시아 우주국(RSA)은 11일 "티토씨가 다른 2명의 러시아인 우주비행사와 함께 28일 소유즈TM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주선 발사와 그의 우주행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경우 그는 약 1주일 정도 ISS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티토씨는 그동안 모스크바 근교 즈뵤즈니 고로독( 별의 도시 라는 의미)에 자리한 우주훈련센터에서 맹훈련을 받아왔다. 그는 "나를 더 이상 '우주 관광객'으로 부르지 말아 달라"며 "앞으로는 일반인들이 훨씬 더 싸게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육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체력을 자랑하는 티토씨는 우주비행을 위해 필요한 각종 테스트를 거뜬히 통과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나온 그는 약간 지친 표정이었다. 자신의 우주여행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국이 계속 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엔지니어 출신인 티토씨는 증권투자로 백만장자가 되자 지난해 평생의 꿈인 우주여행을 위해 2000만달러(약 270억원)의 거금을 내고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에 탑승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후한 미르가 지난달 폐기되면서 이 계획이 무산되자 러시아는 대신 ISS에 태워주겠다고 제안했다.

ISS는 러시아 미국 등 16개국의 공동 소유. NASA측은 "비숙련 승무원인 티토씨가 탑승하면 다른 승무원에게 부담을 주는 등 안전상 문제가 있다"며 완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실망한 티토씨는 한 때 훈련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돈 때문이라도 반드시 이 계획을 성사시키고 싶어하는 러시아는 더 강경하게 나왔다. 티토씨와 함께 ISS에 탑승할 러시아인 우주비행사 2명을 미국 휴스턴 훈련센터에서 철수시켜 버렸다. 또 미국의 우주비행사와 물자까지 ISS로 실어나를 소유즈 우주선 발사를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

러시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몫으로 누가 ISS에 갈지는 우리가 결정한다"며 11일 일방적으로 티토씨의 ISS 탑승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NASA는 "티토씨의 ISS행을 10월로 연기하자"며 러시아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우주행은 마지막 순간까지 논란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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