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어! 곁에 이런 박물관이…

  • 입력 2001년 4월 8일 18시 36분


◇옹기서 유럽 도자기-아프리카 장신구까지 다양

대부분 개인 소장품…"자녀들 체험교육장으로"

18세기 유럽 각국의 화려한 도자기. 아프리카 부족들의 조각품과 장신구, 우리 조상들이 쓰던 옹기와 질그릇….

본격적인 나들이철을 맞아 가족이 함께 서울 시내 곳곳에 ‘숨어 있는’ 이색박물관 답사에 나서 보자. 대부분 개인이 수십 년간에 걸쳐 수집한 소장품들로 돼 있는 이들 박물관은 규모는 작지만 진귀한 전시품들로 가득해 자녀들의 체험교육장으로 손색이 없다.

◇나폴레옹 샴페인잔 눈길

▽셀라뮤즈 자기전시관〓종로구 평창동 주택가 한쪽에 자리잡은 근현대 유럽도자기 전문박물관. 4개의 전시실에 독일의 마이센, 스페인의 야드로, 프랑스의 세브르 등 17세기부터 근대에 이르는 유럽의 명품도자기와 유리예술품 500여점이 전시중이다. 또 나폴레옹이 사용한 샴페인잔과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이 그려진 10여점의 자기도 볼거리.

대부분의 전시품들은 대표인 복전영자씨(56)가 2대에 걸쳐 유럽 각국과 크리스티경매장 등을 통해 구입한 것이다. 집안을 개조해 마련한 전시실 곳곳에서 유럽 생활문화의 화려함과 독특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단체일 경우 예약하면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화로-굴뚝등 2000여점

▽옹기민속박물관〓오랜 세월 서민과 애환을 함께 한 전통옹기의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 세워진 옹기전문전시관. 도봉구 쌍문동에 자리잡은 이 박물관의 옹기전시실에는 식생활용기를 비롯해 거름통, 화로, 굴뚝 등 200여종 총 2000점의 각종 옹기가 빼곡하다. 백자나 청자 등 중요문화재의 그늘에 가려 있던 옹기의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또 사찰과 궁궐의 전통문양 1000여 점을 갖춘 단청전시실과 전통농기구, 석조물 등이 전시중인 민속생활용품전시실에서는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국내 첫 아프리카 박물관

▽아프리카 민속미술박물관〓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국내 최초의 아프리카 미술전문전시관.

현재 인테리어 설계사무소를 운영중인 한종훈 관장이 20여년간 수집한 아프리카 30개국 70여개 부족의 거대조각품, 장신구, 사냥도구 등 250여 점의 작품들이 2개층에 가득하다. 아프리카 미술의 다양한 표현양식과 생명력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열린 시각을 제공한다.

◇고대 이집트 등 중요한 사료

▽평강성서 유물박물관〓구로구 오류동 평강제일교회의 교육관에 마련된 고대 이집트와 오리엔트 문명의 유물전시관.

미국의 고고학자 케네스 바인 박사(79)가 평생 발굴수집해 이 교회에 기증한 것들로 기원전 2000년경 수메르 토판문서에서 로마시대의 장신구, 고대 이스라엘의 무기류와 비잔틴제국의 금화에 이르기까지 2000여점이 전시중이다.

▽기타〓전통자수와 각국의 퀼트작품이 총망라된 초전섬유퀼트박물관, 전통조각보와 자수용품 전시공간인 사전자수박물관, 각국의 역사유물자료가 전시된 지구촌민속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한편 한국가구박물관(성북구 성북동)과 짚풀생활사박물관(강동구 명일동)도 하반기에 신축되거나 재개장할 예정이다.

◇서울시내 이색박물관 현황

이 름

개관시간

소장품목

입장료

문의전화(02)

셀라뮤즈자기

전시관

오전11시∼오후4시,토일, 국경일은 휴관

중근세유럽도자기 1000여점

어른4000원, 어린이2000원, 노약자는 무료

394-7486

옹기민속

박물관

오전10시∼오후6시, 월요일 휴관

전통생활옹기, 민속생활용품 등 2000여점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900-0900

아프리카 미술

박물관

오전11시∼오후7시반, 연중무휴

아프리카부족 조각품, 장신구 등 250여점

어른 2500원, 어린이 1500원

741-0436∼7

사전자수

박물관

오전10시∼오후4시,토일공휴일은 휴관

각종 전통조각보와 자수품 등 120여점

무 료

515-5114

초전섬유퀼트

박물관

오전10시∼오후5시, 공휴일, 일요일 휴관

전통자수 및 각국의 퀼트작품 등 300여점

어른3000원, 어린이1000원

753-4074∼5

평강성서유물

박물관

오전10시(일요일은 오후1시)∼오후5시(화∼토)

고대이집트, 오리엔트문명의 유물 2000여점

고교생이상 2000원, 중학생이하 1000원

686-9496∼7

지구촌민속

박물관

오전9시∼오후10시,연중무휴

각국 역사유물 및 민속자료 등 2만여점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773-9590

◇아프리카 미술박물관 운영 한종훈씨-'검은 대륙' 알리려 발로 뛴 20여년

“아프리카 미술품에는 ‘원시예술’의 소박함과 자연미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독특한 표현양식과 예술적 생명력은 현대 서양미술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요.”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국내 최초의 아프리카 미술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한종훈씨(61)는 국내 최고의 ‘아프리카 전문가’로 통하다.

한씨가 20여년간 아프리카를 비롯해 유럽과 미주지역 등을 두루 돌아다니며 수집한 소장품은 총 650여점. 2개층 규모의 전시관에는 아프리카 30여개국 70여개 부족의 다양한 가면과 목조각상 등 예술작품을 비롯해 생활집기, 사냥도구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검은대륙’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다양한 아프리카의 예술을 소개하기 위해 3년 전 박물관을 열었죠. 당시 유학 중이던 둘째아들은 미국 주요박물관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자료수집을 도왔습니다.”

소장품의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미술품을 수집하면서 겪은 고충도 숱하다. 10여년 전 암벽에서 생활하는 말리의 도곤족을 만나기 위해 벌레가 우글거리는 웅덩이 물로 목을 축이며 사막을 헤맸던 적도 있었다. 한 작품을 구하기 위해 수집상과 몇년간 ‘가슴 졸이는’ 흥정을 벌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본업인 인테리어 설계작업보다 작품수집에 더 매달리자 ‘미쳤다’는 주위의 핀잔도 들었죠. 하지만 새로운 작품을 소장할 때마다 느끼는 ‘희열’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씨의 수집활동은 6∼7년 전부터 사실상 중단된 상태. 환율이 급등한데다 미술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앞으로 아프리카 문화예술을 주제로 한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 중”이라며 “최근 잇달아 문을 닫고 있는 개인박물관에 대한 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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