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내 마음의 비밀>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56분


`왜?'란 궁금증은 어린아이의 전유물이라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그 만큼 채워야 할 여백이 많은 동심(童心)은 온통 의문투성이다.

「내마음의 비밀」(Secrets of the heart)은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따뜻하게' 그린 스페인 영화다.

「금지된 장난」, 「개같은 내인생」, 「마르셀의 여름」, 「레올로」등 성장을 모티브로 다룬 영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나 빈곤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 보이는 이런 영화와는 달리 「내 마음의 비밀」은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다.

아홉살인 하비(안도니 에르부루)는 온 세상이 궁금하다. 몇살 위인 형 후안(알바로 나고레)과 함께 엄마(실비아 문트), 삼촌(카르멜로 고메스), 할아버지(요안 바예스)를 떠나 도시에 사는 마리아(차로 로페스), 로사(비키 페냐) 이모집에서 학교에 다닌다.

하비가 징검다리도 무서워서 건너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인데 반해 형 후안은 활달하고 조숙하다. 부활절 휴가를 보내기 위해 엄마와 삼촌,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시골집으로 돌아온 하비는 늘 문이 잠겨 있는 비밀스런 방에 당장 궁금증을 드러낸다.

엄마가 그 방의 출입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데다, 형이 '그 방에 있는 의자에 앉으면 돌아가신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고 일러주었기 때문이다.

시골집에 있는 할아버지는 어두운 방에서 나온적이 한번도 없다. 심지어 일요일교회에도 가지 않는 가 하면 늘 엄마와 삼촌을 노려보는데, 그 이유는 뭘까.

"나는 매일 바지를 입는데, 여자애들은 치마를 입는다. 어쩌다 치마속에 뭐가있나 궁금해 들추기라도 하면 난리가 나는 이유는 뭐지?"

이모집 인근에는 유령의 신음소리가 울린다는 외딴집이 있고, 그 집 현관앞에놓인 조각상 밑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 걸까. 지하실에서 울린다는 신음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친구와 몰래 그집을 찾았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정체 모를 사람이 큰 이모의 애인임을 알고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런 숱한 의문속을 배회하는 하비의 감정선을 카메라는 비교적 담담하게 좇는다. 이모를 통해 만나는 `금지된 사랑'에서부터 아버지를 통해 깨닫는 죽음에 대한성찰, 엄마와 삼촌의 관계를 통해 이해하게 되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조금씩이해해 가는 여정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카르멜로 고메스, 실비아 문트, 차로 로페스, 비키 페냐 등 스페인이 자랑하는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눈에 띈다.

스페인의 대표 감독인 몽소 아르멘다리스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작품.

지난 97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블루엔젤상을 받았고, 이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후보로 노미네이트됐다. 14일 개봉.

[연합뉴스=이명조 기자]mingjo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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