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남아공 '진실과 화해委' 활동 파즐 란데라 박사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44분


“인권 침해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진실 규명과 국가 차원의 화해를 추구하는데 노력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위원회(TRC)’에서 활동했던 파즐 란데라 박사(52)는 2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TRC는 정치적 동기로 인권을 침해한 사람이 개인적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 진상을 고백하면 사면을 해주었다”고 밝혔다. 란데라박사는 의문사진상규명위 초청으로 27일 내한했다.

그는 “95년 설치된 TRC는 약 3년간 실종 고문 등 2만4000건의 피해사례를 접수, 전국적으로 청문회를 열어 증언을 들었다”며 “특히 TRC에 부여된 사면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가해자가 진실을 공개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TRC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에 대해 그는 “83년 흑인 어린이 17명과 부녀자 7명을 학살했던 보안군의 미첼 대위가 진실을 공개하고 용서를 구할 때였다”며 “그는 현재 학살지역에서 흑인들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의문사진상규명위는 사면권과 수사권이 없어 10년 이상 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 국민과 언론의 관심, 지원이 절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인 그는 “경찰이 쏜 총에 맞고 병원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권의식이 생겨 인권운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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