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포커스] 외국인, 삼성그룹에 어떻게 반응할까

  • 입력 2001년 3월 28일 08시 22분


외국인들이 현대건설 완전자본잠식, 이재용씨 인터넷주 계열사 매각 등에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주목된다.

현시점에선 전자보다 후자를 더욱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국내증시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현대건설의 자금난은 외국인들도 충분히 알고 있는 악재다. 이들은 지분축소 등으로 대응해 왔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외국인 지분율은 2.95%(27일기준)에 불과하다. 완전감자를 하더라도 외국인의 피해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물론 현대건설의 처리과정에서 국내증시 전체가 동요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다. 현대건설에 여신을 제공한 은행권의 추가 부실이 우려된다. 은행권은 현대건설에 3조 4000억원의 여신을 제공했다(지난해 10월기준). 감자후 출자전환할 경우 58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LG투자증권추정). 보험 투신 종금 등도 4100억원등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것도 출자전환후 현대건설이 정상적으로 굴러간다는 전제아래서다.

이같은 시장위험성의 증대로 외국인들의 이탈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 외국인이 그동안 현대건설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제시를 요구해 왔기 때문에 출자전환 등을 '한국증시의 뇌관제거'라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재용씨의 인터넷기업 주식 매각은 신규 악재다.

그것도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증권 등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보유한 그룹의 '차기총수'의 행위라 외국인들은 상당한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기업지배구조의 비민주화'는 국내기업들의 주가가 외국 동종업체에 비해 낮게 평가받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받아 왔기 때문에 삼성그룹 뿐만 아니라 한국증시 전체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7일 국내 인터넷지주회사인 e-삼성의 지분을 208억원(주당 8684원, 240만주)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제일기획의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했다. 제일기획의 240일 평균거래량이 4만 2000주보다 50%이상 많은 6만 5960주를 순매도했다.

외국계증권사도 삼성그룹의 처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27일 J.P 모건증권은 재용씨의 인터넷 주식매도가 한국기업들의 고질적인 '총수 1인 경영'의 전횡을 다시한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1999년 10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4만 2000주를 300억원을 주고 매수한 전철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사측의 발표대로 이번 주식인수로 3∼4년후 15%의 투자수익률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광고관련 사업의 투자수익률인 30%에 훨씬 못미친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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