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역공나선 주류… 한나라 집안싸움 시끌

  • 입력 2001년 3월 23일 18시 48분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의원과 이부영(李富榮) 부총재 등 비주류 중진들의 잇따른 당지도부 비판에 대해 주류측이 일제히 역공에 나섬으로써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정창화(鄭昌和) 총무는 2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최근 (당의 중진들이) 당 밖에서 정계개편이나 개헌론을 꺼내면서 마치 여당의 공작음모에 부응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데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 총무는 옆자리에 있던 이재오(李在五) 사무부총장의 만류도 뿌리치면서 “이들이 부적절한 장소에서 (그런) 얘기를 해 마치 당이 분열된 것처럼 비치게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힐난했다. 김기배(金杞培) 총장도 “한 두 살 먹은 사람들도 아닌데 늘 억지로 끌고 가야 하느냐”고 거들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일부 인사가 마치 총재나 당이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구와 경북지역 의원들도 21, 22일 골프회동에서 이들의 발언을 거론하며 “몸값을 불리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당을 떠나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정작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23일 가회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또 무슨 기사를 쓰려고…”라며 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당 관계자는 “이 총재가 이들을 최대한 포용하기 위해 정면 대응을 피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여당의 정계개편 음모에 부응하는 듯한 김덕룡 의원의 태도에는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주류측의 역공에 대해 김 의원측은 “당이 언제부터 이렇게 폐쇄적으로 됐느냐”며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겠다”고 반발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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