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윤정규/부산의 산 역사 영도다리 지키자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0분


부산시는 옛 부산시청 자리에 107층 규모의 롯데월드 건물이 들어서면 교통수요를 감안해 영도다리를 헐고 새로운 다리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폭발적으로 늘어날 교통량을 생각하면 일단 그런 계획을 세움직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부산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명물을 그리 간단히 없애버리는 것은 역사를 무시한 단견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발상인 것도 사실이다.

알다시피 세계의 모든 다리는 나름의 역사를 말해 주는 구조물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런데 부산은 부산의 역사를 말해 주는 구조물이 거의 없다. 100여년 전 신문물이 유입되면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구조물은 파괴되거나 변조돼 역사를 증언해 주지 못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영도다리야말로 부산이 갖고 있는 마지막 역사물이라 할 수 있다. 구조면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개폐식 다리이다. 1934년에 개통된 영도다리는 개통 때 운집한 구경꾼만 6만명이 됐다고 한다. 당시 부산 인구가 16만명이었다. 한 시대의 신화를 낳은 명물을 후세 사람들이 쉽게 없앤다는 것은 옳지 않다.

롯데월드 건축에 따른 교통수요의 증가는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영도다리를 헐고 그 자리에 대형교량을 건설한다고 완전히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교통량의 분산효과도 확신하기 어렵다.

일을 제대로 풀려면 건축주와 부산시가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고 동시에 영도다리가 가진 역사성과 관광효과를 살리는 방안도 마련하는 것이 부산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영도다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영도다리가 부산을 상징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영도다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구성돼 3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으며 영도다리에 얽힌 추억을 소재로 한 글과 사진 그림 노랫말 등 자료를 수집해 시화전과 시낭송회도 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영도다리를 없앤다는 편의적인 발상은 털어내고 영도다리와 롯데월드가 동시에 부산의 명물이 되도록 신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윤정규(영도다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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