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세계의 모든 다리는 나름의 역사를 말해 주는 구조물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런데 부산은 부산의 역사를 말해 주는 구조물이 거의 없다. 100여년 전 신문물이 유입되면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구조물은 파괴되거나 변조돼 역사를 증언해 주지 못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영도다리야말로 부산이 갖고 있는 마지막 역사물이라 할 수 있다. 구조면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개폐식 다리이다. 1934년에 개통된 영도다리는 개통 때 운집한 구경꾼만 6만명이 됐다고 한다. 당시 부산 인구가 16만명이었다. 한 시대의 신화를 낳은 명물을 후세 사람들이 쉽게 없앤다는 것은 옳지 않다.
롯데월드 건축에 따른 교통수요의 증가는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영도다리를 헐고 그 자리에 대형교량을 건설한다고 완전히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교통량의 분산효과도 확신하기 어렵다.
일을 제대로 풀려면 건축주와 부산시가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고 동시에 영도다리가 가진 역사성과 관광효과를 살리는 방안도 마련하는 것이 부산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영도다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영도다리가 부산을 상징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영도다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구성돼 3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으며 영도다리에 얽힌 추억을 소재로 한 글과 사진 그림 노랫말 등 자료를 수집해 시화전과 시낭송회도 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영도다리를 없앤다는 편의적인 발상은 털어내고 영도다리와 롯데월드가 동시에 부산의 명물이 되도록 신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윤정규(영도다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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