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스내치>O.S.T"장르 불문의 종합선물세트"

  • 입력 2001년 3월 16일 12시 38분


세상엔 두 종류의 OST가 있는데 하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이 안 들리는 경우와 영화는 안 보이고 음악만 귀에 들어오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의 좋은 영화가 전자의 경우에 해당되는데 음악이 나쁘다기보단 전체적인 잘 조화를 잘 이루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나중에 OST를 따로 듣게되면 그 음악이 나오던 장면이 기억 속에서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후자의 경우는 영화가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음악만은 좋았던 경우인데, 컴필레이션 앨범의 숙명이 대부분 그런 것 같다. 물론 영화도 나쁘고 OST도 별로인 경우도 있지만 그건 재앙에 가까운 경우이니 제쳐두자.

영국영화들의 OST는 거의 대부분 평균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충분히 대접받곤 한다. 영화가 그렇게 나쁘지만 않다면 영국영화의 OST는 그 속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특히 '영국의 신예' 가이 리치 감독의 재기발랄하고 귀여운 영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영화음악을 기억한다면, 2001년 제작된 그의 두 번째 영화 <스내치> OST를 기대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브래드 피트가 뱉어낸 국적불명의 영어대사로 시작되는 OST는 아니나 다를까 영화의 분위기와 성격에 어울리는 '장르 불문'이며, 최신 경향을 충실하게 따르는 뷔페처럼 푸짐하다. <트레인스포팅>이나 <펄프 필션>에서부터 시작된 이런 장르 불문의 경향은 최근 테크노 장르까지 포괄하고 있어 더욱 정신이 없는데 <스내치> 역시 믹싱 펑크(Mixing funk),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스카(ska), 심지어는 탱고의 선율까지 포함하고 있다.

<스내치>의 OST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잘 나가는 요즘 밴드들보다는 여러 곡의 재료를 제공해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노래들이 아닐 수 없다. 가스펠 풍의 보컬과 폴리 리듬을 가지고 흑인음악을 다양하게 발전시킨 제임스 브라운은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던 소울 음악의 대부이다.

현재 수많은 랩과 힙합 장르의 음악들이 그의 목소리와 리듬을 샘플링하고 있는데 <스내치>의 OST는 제임스 브라운의 전설적인 히트곡 Hot Pants(I'm Coming, Coming, I'm Coming)과 함께 Maceo & the Macks의 'Cross The Tracks'을 포괄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OST의 구성을 보면 역시 장르 불문이란 말이 딱 어울릴 수밖에 없다. 한 장의 OST에서 제임스 브라운, 마돈나, 오아시스 같은 당대의 빅 스타 음악과 the Herbaliser, Massive Attack이 들려주는 일렉트로닉 사운드,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히트 된 Disco Science (Mirwais), 냅스터(Napster)에서 밀어주는 Klint의 Diamond와 Are you there, 감초처럼 끼어 드는 4개의 대사까지 들을 수 있으니, 명절날 주고받는 종합선물세트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구성이다.

보기만 해도 풍성해지는 음악들을 수집한 영화 <스내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돈나 남편 가이 리치의 새 영화' 정도로 홍보되고 있어 안타까운데, 언론의 비판에 본의 아니게 상처 받는 가이 리치가 불쌍하지만 어쩌랴 억울하면 출세해야지!

유월(자유기고가)

♬ 노래듣기

  - Kuasehfgaiurgh
  - Diamond
  - Cross The Tracks
  - Hot Pants
  - Lucky Star

[수록곡 리스트]

1. Kuasehfgaiurgh

2. Diamond - Klint

3. Supermoves - Overseer

4. Hernando's Hideaway - The Johnston Brothers

5. Golden Brown - The Stranglers

6. Dreadlock Holiday - 10CC

7. Hava Nagila - John Murphy

8. Avi Arrives

9. Cross The Tracks (We Better Go Back) - Maceo & The Macks

10. Disco Science - Mirwais

11. Nemesis

12. Hot Pants (I'm Coming, Coming, I'm Coming)

13. Lucky Star - Madonna

14. Ghost Town - The Specials

15. Are You there - Klint

16. Sensual Woman - The Herbaliser

17. Angel - Massive Attack

18. F**kin' In The Bushes - Oasis

19. Don't You Just Know It - Huey "Piano" Smith & The Clowns

20. Avi's Declaration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