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발렌타인데이에 벤츠는 왜 초콜릿을 보냈나

  • 입력 2001년 3월 12일 18시 56분


흔히들 선물은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때로(무의식중에라도) 상대의 마음을 빼앗고 구속하기 위해 선물을 한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라고 이름 붙여진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형형색색의 초콜렛과 사탕들. 이것들은 ‘내가 너에게 이 선물을 주니까 너는 내 곁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까.

사제 발렌타인은 해외로 원정하는 병사의 결혼을 금지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에 반대하다 270년 2월 14일의 처형됐다. 이 기념일과 이날부터 새들이 발정(發情)을 시작한다고 하는 서양의 속설이 결합해 발렌타인데이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버이와 자녀가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었다. 이후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의 교훈과 감사를 적은 카드를 주던 풍습이 20세기에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됐다.

3월14일 화이트데이는 서양에는 없고 동양에만 있는 날이다. 순전히 상술로 만들어진 이날에 남자는 발렌타인데이에 사랑을 고백한 여자의 마음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닌지 결정해야 한다. 마음을 받아들인 경우라면 사탕을 선물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지나친다. 우습지만 참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학예회 같다.

선물은 때론 사랑의 강요이다. 따라서 선물을 받은 사람은 준 사람에게 빚을 졌다고 느낀다. 광고에서 말하는 고객을 향한 사랑도 소비자들이 빚쟁이라고 느끼게 한다. ‘우리 회사가 당신들을 이만큼 사랑하니까 당신도 우릴 좋아해야 한다’는 뜻이다. 꼭 자신들의 사랑이 아니라 세상의 사랑을 말하더라도 그 뜻은 같다.

발렌타인데이 혹은 화이트데이에 우리는 보기만 해도 달콤한 초콜렛을 벤츠로부터 선물 받았다. 그런데 언뜻 봐서는 이게 왜 벤츠 광고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달콤해 보이는 초콜렛을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자. 결국 벤츠의 심벌마크가 새겨진 녀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초콜렛과 함께 전해진 카드를 받은 것이다. ‘사랑해’. 하지만 그 말엔 다음 줄이 생략돼 있다. ‘벤츠를 사는 것으로 내 사랑에 화답해 줘’.

곧 화이트데이가 다가온다. 다가올 화이트데이엔 지난 발렌타인데이처럼 또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구걸하고, 사랑을 구속할지…. 인간은 그렇게 행복을 느끼며 살게 만들어진 존재인가 보다.

양 웅(금강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woong@diamo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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