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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7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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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국내 진출 이후 리젠트 증권, 화재보험, 종금, 일은증권 등을 인수하고 리젠트자산운용을 설립하는 등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온 리젠트그룹은 ‘진승현 게이트’ 악몽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한 상태.
금융기관 건전성 척도인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22%에 이를 정도로 우량인 리젠트종금이 지난해말 이후 영업정지 상태에 빠져 있고 리젠트화재 역시 7일 금융감독원에 의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또한 리젠트자산운용도 리젠트라는 이름 때문에 돈이 빠져나가 고심중이다.
자구계획 마감일(8일)을 이틀 앞둔 6일 리젠트종금은 회생을 위해 합병의향서(LOI)를 동양현대종금측에 제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독자생존을 위해선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이를 마련하지 못해 결국 동양현대측에 가담키로 결정한 것. 동양현대종금 관계자는 “리젠트종금이 수도권 지역에 지점망이 탄탄하고 우량한 상태이기 때문에 합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수일내로 합병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회생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리젠트종금과는 달리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리젠트화재는 6월말까지 지급여력비율을 100% 이상 충족하는 자본금 증액방안을 포함한 경영개선계획을 20일 이내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승인받지 못할 경우 정부에 의해 매각 계약이전 등의 방법으로 처리될 운명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리젠트자산운용은 ‘진승현’과 전혀 관계없지만 리젠트라는 이름만으로 고생하는 경우다. 개방형 뮤츄얼펀드 상품을 내놓아도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 이 회사 이원기사장은 “리젠트가 지주회사인 KOL에 자사주를 맡기고 떠났지만 뚜렷한 주인이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현재 리젠트그룹의 최대주주는 지주회사인 KOL의 지분 44%를 확보한 미국 위스컨신연기금. 그러나 연기금의 속성상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어 사실상 주인이 없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돌파구는 외부 투자뿐. 리젠트그룹의 한 임원은 “현재로선 국내 투자자의 돈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 외국자본 유입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면서 “리젠트라는 이름이 영업에 결정적인 걸림돌이지만 이름조차 바꿀 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승련·성동기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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