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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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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차량으로 뒤덮였던 종로 거리에는 이날 시민들이 차도를 가득 메웠으며 만세 함성과 태극기가 곳곳에서 물결치는 모습이었다.
자동차가 없는 거리에 나온 가족들과 연인들은 종로거리를 걸으며 농악, 윷놀이 등 민속놀이와 굴렁쇠 굴리기, 전통 외줄타기 등 20여개의 다양한 행사를 마음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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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절 82돌…전국 곳곳 기념행사 |
이날 3·1절 행사가 끝난 뒤 종로 거리에는 시민단체들의 집회, 춤과 노래, 가족과 연인간의 사랑, 웃음, 박수소리 등이 끊이지 않아 그동안 바쁜 일상에 쫓겨온 시민들에게 활력을 주기 위한 축제의 장임을 실감케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종로 1가(보신각)~3가(서울극장)에 이르는 800m 구간을 차없는 거리로 지정하고 '3·1만세의 날 종로거리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종로1가 보신각앞 11시10분(1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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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1가 시민들 표정 |
오전 11시부터 차량통행이 통제된 종로 1가부터 3가까지 도로에서는 운전자들이 교통경찰의 안내에 따라 주변 우회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서대문에서 종로방향으로 진행하는 차량은 종로 1가 교차로에서 광교 방향으로 우회하거나 U턴해서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종로1가 보신각앞 12시 정각(2보) ▼
12시 정각 보신각종이 울리자 오색풍선 2001개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며 시민들의 만세 3창이 이어져 '3·1절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특히 최근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이 터진 직후 각계의 반일감정을 반영한 듯 시민들은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불렀다.
시민들은 '일본국의 식민착취 반성하고 사죄하라'는 프래카드를 앞세우고 군악대와 취주대의 음악소리에 맞춰 종로 거리를 행진했다.
이날 행진은 종로2가에서 종로1가 방향으로 새종로팀, 종로2가에서 종로3가 방향으로 새물결팀 등 2개팀으로 나뉘어 태극기를 흔들고 만세를 부르는 '3·1운동' 당시 모습으로 진행됐다.
곳곳에서는 흰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은 학생들이 유관순 열사의 만세 모습을 재현해 시민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종로1가 국세청앞 12시 20분(3보) ▼
국세청 정문 앞에서는 동작구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나와 빈대떡을 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0여명의 노인들이 빈대떡을 사 먹으며 세상사는 이야기와 함께 훈훈한 풍경을 연출했다.
▼종로1가 종각역앞 12시 30분(4보) ▼
종각역 입구에서는 '한국의 언더 락을 알린다'는 취지의 락 공연이 펼쳐졌고, 여러 그룹들의 열띤 노래와 연주가 거리에 모인 시민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2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윷놀이와 널뛰기 행사가 진행되는데 대부분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모처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어린 아이에게 하나하나 윷놀이 규칙을 설명하는 한 아버지는 "집에서는 매일 아이들에게 인터넷이다 컴퓨터다 배우는데 오늘은 내가 가르쳐 줄 것이 있어 즐겁다"면서 웃음지었다. 락 공연장의 관중이 대부분 연인들의 차지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종로1가 종각역앞 12시 50분(5보) ▼
3.1절 만세행진을 구경하고 있던 일본인 관광객 3명을 만났다.
무슨 행사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한국의 독립을 요구하던 옛날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한 일본 관광객들은 "과거의 일본 경찰 복장의 사람이 말을 타고 한국의 서울거리에서 다니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흥미롭다"며 웃었다.
행진 내내 자리를 뜨지않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이들에게 역사의 책임을 논하며 사죄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시민들은 보이지 않았다.
▼종로1가 국세청앞 오후 2시 00분(6보) ▼
시민들로 넘쳐난 국세청앞 도로에 경찰 5개 중대 600여명이 긴급히 배치돼 차없는 거리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시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원 300여명이 종로2가 탑골공원 앞에서 집회를 벌일 것"이라면서 "혹시 이들이 집회허가장소를 벗어나 시위를 벌일 것에 대비해 전경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종로1가 국세청앞 오후 2시 10분(7보) ▼
우리나라 유일의 서커스단 동춘서커스가 오래간만에 짜릿짜릿하고 아찔한 연기를 맘껏 뽐냈다.
공연에 나선 어린 서커스 단원들은 많은 관중에 놀란 듯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같은 또래 단원들의 멋진 동작을 보던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쳐다보며 신기한 듯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모처럼의 동심으로 돌아간 시민들 800여명은 연신 박수를 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종로1가 국세청앞 3시 20분(8보)▼
주한 일본대사관으로 향하던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원 300여명은 종로 1가 앞에서 전경 600여명에 둘러싸여 몸싸움을 벌였다.
대부분이 노인인 회원들은 "손주같은 녀석들아, 제발 좀 비켜라"며 "사람 데려다 죽인 일본놈들하고 싸우러 가는데 왜 막느냐"고 항의했다.
분위기가 격앙되자 경찰 관계자는 "진정하십시오. 여기 전경들은 여러분들의 손주같은 사람입니다. 다들 대학다니다가 군대 온 사람들입니다"라며 회원들의 감정을 달랬다.
일본군에 의해 전주 이씨 종손이던 오빠를 잃은 이옥남(67.전남 광주) 할머니는 "우리나라가 왜 일본한테 지고 있냐"면서 "일본 놈들이 우리 오빠를 배에 태워 폭발시켜 버렸다"고 절규했다.]
할머니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자 이를 말리던 회원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3시 30분 해산한 회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개별적으로 일본 대사관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피켓과 어깨띠를 모두 지도차량에 반납했다.
국세청앞 시위에 참석한 회원 가운데 1917년 필리핀 징용 생존자로서 현재 일본 회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중인 고태삼(80.전북 고창군)씨를 만났다.
-필리핀에서는 무슨일을 했나.
△일본인 회사의 직원으로 선박을 만드는 노무자였다.
-당시 함께 있던 한국인은 얼마나 됐나.
△우리 부대가 모두 2000명이었는데 해방후 살아남은 사람은 200명 뿐이었다.
-해방 후 일본에는 몇차례나 다녀왔나.
△셀 수 없이 많이 갔다. 모두 100여차례로 기억한다.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까지 33번의 재판이 있었고 오는 26일 결심공판이 열린다.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는가
△변호사의 얘기로는 이길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진다면 미연방법원에 다시 제소할 것이다.
-3.1절을 맞아 거리축제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지켜본 감회는 어떤가
△우리나라가 일제시대 동안 얼마나 고통받고 멸시를 당했는지 아는 사람이 이제는 얼마 없다. 일본의 태도가 변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그래도 일본이 각성하지 않고 또다시 제국주의 망령을 드러낸다면 일본으로 가서 자결을 할 결심도 10년전부터 해 오고 있다.
▼종로1가 국세청앞 4시 00분(9보)▼
수천의 인파로 붐비던 도로에는 벌써 청소차가 돌아다니고 있다.
한나절 버려진 쓰레기는 쓰레기차 4대에 가득했고, 청소차 3대와 물차까지 동원된 대청소는 모처럼 종로거리를 깨끗하게 만들었다.
사이렌을 울리며 청소를 하는 틈으로 아직도 끝나지 않은 락 공연은 절정에 이르고 있고 관중들은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헤드뱅잉도 하면서 열광하고 있다.
시작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모든 관중을 휘어잡은 락커는 그룹 블랙존의 리드싱어. 방년 43세라고 한다.
▼종로1가 국세청앞 4시 15분(10보)▼
모처럼 깨끗해진 종로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모든 행사가 끝난 도로를 아직도 걷고 있다. 사람들은 왼쪽, 차는 오른쪽이라는 어릴적의 기억은 어디로 갔는지 너도나도 종횡무진 중앙선 침범도 예사로 벌어지는 자유로운 산책이다.
만들어놓은 솜사탕을 4개나 남겨놓은 아저씨는 교통경찰의 철수 요구에도 꾸물대며 하나라도 더 팔려는 듯 애꿎은 오토바이만 툭툭 쳐 본다. 솜사탕 장수가 떠나면 종로 1가의 행사는 모두 끝난다.
▼종로2가 탑골공원앞 오전 11시40분(1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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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2가 시민들 표정 |
오전 11시40분쯤 종로 2가 탑골공원 삼일문 중앙무대에서 한배달연구위원 이흥철씨가 결연한 모습으로 두루마리에 씌여진 기미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중앙무대 주변에 몰려든 시민 3000여명은 태극기를 손에 꼭 쥐고 숙연한 모습으로 낭독장면을 지켜보며 3·1운동 당시를 회상하는 듯 했다.
▼종로2가 탑골공원앞 12시10분(2보)▼
서울예전 예민회 동아리 회원 10여명이 탑골공원 앞에서 봉산탈춤을 선보였다. 능청스러운 사자탈의 몸짓 지나가던 시민들의 발길을 잡았다. 어린이들은 신기한 듯 사자탈을 만져보다가 사자탈의 으르렁거림에 놀라 달아나기도 했다.
종로구 봉사단체 회원 등 100여명의 시민이 탑골공원 앞에서 3.1 만세의 날 종로 거리축제를 벌이고 있다. 여자들은 하얀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었고 남자들은 푸른색 두루마기를 입고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만세 3창을 함께 외쳤다. 만세 3창 크게 부르기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종로2가 탑골공원앞 12시20분(3보)▼
종로2가에서 말을 탄 일본 경찰이 독립투사들을 연행하는 모습을 보고 시민들은 일본 경찰에게 야유를 보냈으며 독립투사에게는 '독립의 의지'를 굳히지 말고 투쟁할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종로2가 YMCA회관앞 12시30분(4보)▼
서울 YMCA회관앞에서는 성균관대 미술학과 학생들 10여명이 시민들에게 무료로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주로 초상화를 신청한 시민들은 노인들이었으며 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그림 그림을
학생으로부터 받아들고 즐거워했다.
▼종로2가 YMCA회관앞 12시50분(5보)▼
'차없는 거리'축제 중이라 차가다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탑골공원 사거리 횡단보도 신호등은 여전히 빨간불,파란불이 깜박이고 있었다. 시민들은 무의식적으로 빨간불이 켜지면 발걸음을 멈추었다가 다시 길을 건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종로2가 YMCA회관앞 오후 1시05분(6보)▼
서울 YMCA회관 앞 한켠에서는 정통 궁중무술본부 소속 아이들이 궁중무술을 홍보하러 나와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이들은 주로 초등학생들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추위에 떨면서 앉아있었다.
▼종로2가 YMCA회관앞 1시15분(7보)▼
500여명의 시민들은 종로 2가 길 한가운데 세워놓은 줄타기 공연 세트장에 미리부터 자리잡고 있었다. 1시에 시작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자리를 잡으려고 나왔다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1시 10분경 '줄타는 사람'이 나와 감, 배, 막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낸후 줄을 타기 시작했다. '줄타는 사람'은 앞으로 걸었다 뒷걸음질을 치고 또 넘어질 듯 장난을 하며 시민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나중에는 1000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줄타기 공연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봤다. 시민들이 많이 모이자 이들은 앞에서 공연을 보려고 서로 밀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또 아이들 앞에 어른이 밀치고 앞으로 나가 아이들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도 공연을 보지 못하게 되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종로2가 탑골공원앞 2시00분(8보)▼
탑골공원 앞에서는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회장 김종대) 회원 300여명이 모여 '왜곡된 역사교과서 검정불가 요구' 등 실질적인 한일 과거 청산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삼일문 앞에서 '3.1정신을 계승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자'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하고 2시 30분경 주한 일본대사관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해방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부모의 생사확인, 희생자의 유해발굴 및 송환, 피해보상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일본정부는 과거의 침략과 만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정부 역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배신당한 치욕적인 외교에 강경하게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종로 2가의 거리축제행사장을 지나 국세청 앞으로 향하고 있으며, 전경 600여명이 국세청 부근에서 이들의 행진을 막고 있다.
▼종로2가 YMCA회관앞 2시10분(9보)▼
서울 YMCA회관앞에서는 스님들이 시민들에게 달마도를 나눠주고 있었다. 시민들은 달마도를 받아들고 즐거워했으며 받은 시민들은 앞다투어 시주를 하기도 했다. 스님들은 "달마도는 집안 동쪽에 걸어두세요"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종로2가 국세청앞 2시15분(10보)▼
국세청 앞 사거리에서는 '한국언더음악알리기 공연'이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BLACK TEARS'가 공연을 하자 순식간에 몰려든 수백명의 시민들은 같이 헤드뱅잉을 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한 할아버지는 지나가면서 시끄러운 공연소리를 욕하며 바라보기도 했다.
▼종로2가 YMCA회관앞 2시20분(11보)▼
서울 YMCA회관 앞 전통놀이 행사장에서 꼬마들이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널을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명이 양쪽에서 널을 뛰더니 나중에는 둘씩 양쪽으로 총 4명이 오색줄을 흔들며 널을 뛰었다. 한켠에서는 아이들이 윷놀이를 하며 즐거워했다.
▼종로2가 탑골공원앞 2시30분(12보)▼
탑골공원 사거리에선 사물놀이패의 흥겨운 공연이 펼쳐졌다.
이들의 공연을 지켜보던 한 외국인 여자가 2시30분경 놀이패 안으로 뛰어들어 함께 춤을 춰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자 할아버지 여러명도 놀이패 안으로 들어가 춤을 추기 시작했고 지켜보던 시민들도 덩달아 어깨를 들썩였다.
▼종로2가 대로 3시30분(13보)▼
'우리역사바로세우기시민연대'회원들 10여명은 종로2가 대로에서 "일본은 역사교과서 왜곡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집회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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