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박진섭 이임생 김병지 ＂우리도 뛰고 싶어요＂

‘봄날은 다시 올까?’

1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폴리스스타디움. 4개국 친선대회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주전과 후보 그룹으로 나눠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 경기를 하고 있었다.

히딩크 축구와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고종수가 왼쪽 사이드를 치고 들어가자 까까머리의 한 선수가 특유의 어설픈 모습이지만 악착같은 수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표팀 ‘좌 영표, 우 진섭’의 한 축이었던 박진섭이었다. 그러나 그는 히딩크 사단에서는 후보로 밀려나 있었다.

비운의 선수는 박진섭뿐만이 아니었다. 김병지는 수차례 김도훈의 날카로운 슈팅을 번개처럼 막아냈으나 히딩크 감독의 눈길 한 번 받지 못했고 지난달 홍콩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때 후반 종료 직전 그나마 교체투입될 기회를 얻었던 이임생은 오만 전지훈련에서 오른쪽 장딴지를 부상하는 바람에 그라운드도 밟지 못했다.

“어쩌면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는 두 번 다시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할 것 같아요.” 그라운드를 걸어 나오던 중 ‘둘리’ 박진섭이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폼생폼사’ 김병지나 ‘붕대투혼’의 주역 이임생도 위기감은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주전에서 밀려난 것은 힘과 스피드는 물론 안정된 플레이까지 3박자를 요구하는 히딩크 축구와 궁합이 맞지 않기 때문.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연습경기때 오히려 주전 그룹을 압도할 만큼 악착같은 플레이를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성이 강한 만큼 독특한 장점을 갖춘 이들은 언젠가는 기회가 꼭 다시 올 것을 믿고 있었다.

<두바이〓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