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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30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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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달초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유니폼’ 주제의 그룹전에 참가한 후 자신의 활동 근거지인 뉴욕에 갔다가 다시 이틀 뒤인 19일 서울에 들어와 2월초까지 머물며 비엔날레 출품작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단 경기 파주에 작업장을 마련했습니다. 2월에 볼티모어미술관에서 열리는 ‘바디스페이스’ 주제의 그룹전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관 전시 작품 준비는 2월 20일경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는 함께 선정된 마이클 주(35)와 한국관을 둘로 나눠 전시한다. 그는 옥내 공간에 작품 한 점을 전시하는 외에 한국관 건물 앞 옥외에도 한 점을 더 설치한다.
“새로 만드는 옥내 전시 작품은 설치와 조각을 넘나드는 큰 옷 같은 형태가 될 겁니다. 이를 테면 조선시대 왕비옷이나 도포 같이 공중에 매달아 놓아 옷자락이 바닥에 쫙 깔리는, 그런 모습이 되겠지요. 관객은 그 위를 밟고 다녀도 됩니다.”
그는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한 개념 정리가 아직 덜 됐다며 더 이상은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옥외 작품에 대해서는 “인물동상 없는 좌대(座臺)를 600개 가량의 작은 청동인물들이 떠받치는 형태의 조각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개인성을 유지하면서도 집단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어하는 개인―전체의 애매모호한 관계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98년부터 2년간 뉴욕 브루클린의 한 공원에 전시되기도 했다.
한편 그는 비엔날레 본 전시에 지난해 뉴욕에서 발표했던 두 점의 작품을 선뵌다. 남녀노소 여러 사람들의 사진을 깨알처럼 축소해 띠처럼 벽지에 인쇄한 작품, 18만개의 작은 플라스틱 인형들이 사람이 다니는 유리 마루바닥을 떠받치고 있는 작품이다. 하랄트 제만이 지난해 11월 뉴욕 22번가 그의 스튜디오를 둘러보고 선정했다.
원로 한국화가 서세옥씨(72)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91년 미국으로 건너가 학부부터 다시 회화를 공부했다. 그러나 우연히 듣게 된 조각 강의가 재미있어 예일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조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오랫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서였을까. 그는 예일대 대학원 졸업이후 97년 가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특출한 작품들로 뉴욕과 국내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올 4월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등 앞으로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펼칠 그의 왕성한 창작활동이 기대된다.
◇서도호 약력◇
△1985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 졸업
△1987년 서울대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1993년 미국 스코히건 스쿨 오브 페인팅 앤드 스컬프쳐 졸업
△1994년 미국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회화과 졸업
△1997년 미 예일대 대학원 조소과 석사
△1998년 ‘교차 문화의 목소리들’전(미 뉴욕 스텔라 아트센터)
△2000년 ‘코리아메리카코리아’전(서울 아트선재 센터) 참가
△2000년 ‘나의 집은 너의 집, 너의 집은 나의 집’전(서울 로댕갤러리)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