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주인 바뀐 백악관 '바꿔 열풍'

  • 입력 2001년 1월 25일 18시 37분


‘백악관에 정권교체의 바람이 거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입성한 백악관에 서부 카우보이풍과 공화당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백악관의 집기부터 주요정책 결정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출신인 ‘클린턴 스타일’은 사라지고 ‘부시 스타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또 주인이 바뀐 백악관 이곳저곳에서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도 새나오고 있다고 외신이 23일 전했다.

▽전직 대통령 흉상 교체〓부시 대통령은 20일 취임 직후 백악관에 놓여있던 민주당 전직 대통령의 흉상부터 바꿔버렸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그의 집무실에 놓여 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흉상이 사라진 자리에는 공화당 출신 벤저민 프랭클린, 에이브러햄 링컨, 드와이트 아이젠아워 전 대통령의 흉상이 들어섰다.

부시 대통령은 또 집무실에 걸려있던 그림 ‘낚시하는 소년’을 떼어내고 그가 텍사스에서 가지고 온 서부 카우보이 그림을 걸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지켜야 할 책임’으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자서전 제목과 같다.

▽백악관에서 사라진 청바지 차림〓취임 전부터 ‘품위 있는 백악관’을 주창해온 부시 대통령은 22일 ‘백악관 복장지침’을 내려보냈다. 이 지침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 시절 너나 할 것 없이 즐겨 입고 다니던 청바지를 더 이상 백악관에서는 입을 수 없게 됐다. 이는 엄격한 정장 착용을 주장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복장 지침을 연상시킨다.

부시 대통령은 집무실 서재의 벽지 색깔도 크림색과 복숭아색 등 부드럽고 기품 있는 색조로 치장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썼던 밝은 노란색, 푸른색 벽지와는 대조적인 셈.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집무실의 오크제 책상은 바꾸지 않았다. 이 책상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아들 케네디 주니어가 아버지가 근무할 때 그 밑으로 기어다니며 놀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난파선 승무원들을 구조해준 것을 고맙게 여긴 영국 왕실에서 기증한 것이다.

▽백악관 컴퓨터에서 사라진 ‘W’키〓새 백악관 직원들은 상당수의 컴퓨터 키보드에 ‘W’키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의 중간 이름 약자인 ‘W’를 칠 수가 없어 서류작성 등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 이들 키는 천장이나 문지방에 매달린 채 발견되기도 해 클린턴 시절 백악관 직원들의 짓궂은 장난일 가능성이 높다.

▽낙태지지 국제단체 기금 제공 중단〓부시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22일 주요 정책 결정으로 낙태를 지지하는 국제 가족계획단체들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했다. 이날은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 합법화 28주년 기념일. 이번 조치는 84년 레이건 전 대통령이 처음 취한 것으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때까지 유지돼 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93년 1월 취임하자마자 이틀 만에 이를 철회해 버렸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유럽연합(EU)은 여성의 권리신장에 역행하는 퇴보 조치라며 비난했다. 미국 민주당도 즉각 “정치적으로도, 전세계를 위해서도 나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20일 취임식장에 ‘미 연방수사국(FBI) 요주의 인물’이 침입해 취임 연설을 마친 부시 대통령과 악수를 나눠 경호팀을 경악시켰다. 그는 97년 1월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 때도 똑같은 일을 저질러 요주의 인물로 등록된 일이 있는 ‘전과자’. 경호팀은 그를 즉시 연행해 물샐 틈 없는 검문을 통과한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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