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환수 소송 의미]수사정당성 입증 포석

  • 입력 2001년 1월 22일 22시 32분


한나라당과 강삼재(姜三載)의원을 상대로 한 940억원 국고환수 소송은 검찰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다각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우선 논란이 돼 온 ‘안기부 돈’의 출처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이 돈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안기부 예산이 분명하기 때문에 ‘국고횡령’이라는 불법행위로 부당한 이득을 챙긴 사람들은 국민의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첫번째 메시지다. ‘원고’인 정부는 또 ‘피고’에 강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운영차장 외에 한나라당을 포함시킴으로써 신한국당에 이은 한나라당도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이 있음을 부각시켰다. 또 검찰은 국고를 환수할 수 있는 소송시효를 놓쳐 세금을 되찾을 수 있는 법적 기회를 놓쳤다는 훗날 여론의 비난도 피할 수 있게 된 측면도 있다.

정부가 한나라당에도 강의원의 ‘사용자’로서 법인의 ‘연대책임’을 물은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법리상 그다지 무리가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종훈(金宗勳)변호사는 “정당에서 봉급을 받는 운전사가 부주의로 사고를 냈을 때 기사에게 재산이 없다면 민법상 법인에 해당하는 정당이 사고의 피해자에게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적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반대 논리도 있다. 우선 정치적 결사단체인 ‘정당’과 ‘소속 의원’을 일반회사의 ‘고용자’와 ‘피고용자’와 같은 관계로 볼 수 있는지의 문제가 있다. 또 검찰의 주장처럼 한나라당과 신한국당을 이름만 바꾼 연속된 ‘법인’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도 법적인 쟁점.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 돈이 검찰의 주장대로 안기부 예산인지, 아니면 정치권의 주장처럼 대선잔금이나 비자금으로 조성된 돈인지에 대한 논란도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송 자체가 다분히 정치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판이 끝까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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