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프리 FBI국장

입력 2001-01-22 16:27수정 2009-09-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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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이 워싱턴 정가에 뿌려진 중국측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나섰을 때다. 루이스 프리 FBI국장이 자신의 임명권자인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수사사실을 보고조차 하지 않아 클린턴 대통령은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백악관측이 왜 보고를 하지 않았느냐고 호통을 치자 프리 국장은 “백악관이 연루됐는지도 모르는 사건을 왜 보고하느냐”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프리 국장은 이 외에도 클린턴 대통령과 연관된 사건들에 독자적으로 손을 대 그가 공화당측과 무슨 줄을 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연방판사였던 프리를 FBI국장에 임명한 것은 93년 여름이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프리 판사를 2시간 동안 면담한 후 FBI국장에 임명하면서 “내가 찾던 최상의 적임자”라고 극찬했다. 그런 두 사람의 관계가 1년도 안돼 서로 대면조차 꺼리는 사이로 악화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가장 큰 실수가 프리 판사를 FBI국장에 임명한 것이라고 술회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FBI는 법무부 산하조직이며 그 국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클린턴 대통령은 프리 국장을 어찌할 수 없었다. 일부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이 프리 국장을 해임할 경우 그러잖아도 윤리적인 문제로 몰려 있는 자신의 처지가 더욱 곤란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도 손을 댈 수 없게 만든 것은 FBI국장이라는 자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FBI국장은 정치적 바람을 타지 못하도록 10년 임기에 임명절차도 상원 인준을 거치도록 해 놓았다.

▷지난 8년 동안 갖가지 스캔들에 휘말렸던 클린턴 대통령은 이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프리 국장은 부시 신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남은 임기 2년 동안 계속 국장직을 맡게 됐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일한 프리 국장을 해임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FBI국장의 10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우리와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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