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변화하는 미국경제, 새로운 게임의 룰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46분


◇변화하는 미국경제, 새로운 게임의 룰/마리나 V N 휘트먼 지음/조명현 옮김/302쪽 1만4000원/세종서적

이 책을 읽다보면 미국식 시장자본주의의 생리가 무엇인지, 왜 미국 기업이 강해 세계경제를 제패하고 있는지, 새로운 국제적 게임준칙이 어떤 것인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미국 모델이 일본 모델이나 아시아적 가치와 어떻게 다른지 등을 생생하고 분명히 알게 된다.

저자는 학계 행정부 기업을 두루 섭렵하면서 미국 대기업과 정부정책의 본질을 누구보다 극명하게 밝히면서, 이제 미국기업은 정글 속의 표범이 되었음을 우리에게 실감나게 경고한다.

미국 경제는 1980년대의 암흑에서 1990년대의 영광으로 옮겨갔으며, 이 과정에서 글로벌팽창 기술혁신 등으로 강해지면서도 더욱 강해지기 위해 남을 도태시켜야 하는 여유없는 패권자가 되었음을 스스로 증언한다. 생존 경쟁 속에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가혹한 게임의 룰을 미국의 역사 문화 경제의 실례를 들면서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저자는 미국 대기업은 이제 옛날의 선량한 기업이 아니며, 자선사업가적 위치에서 스스로 물러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구조적으로 변신했음을 역설한다. 고용시장 금융시장 기업지배구조 분배구조 국제투자금융구조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기업도 경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영진은 자기 만족을 줄이고 회사의 간부들, 사회보장제도의 수혜자들, 월스트리트의 욕심많은 부유층, 게으른 가난뱅이 등은 스스로 다운사이징 구조조정 비용절감 등의 개혁을 꾸준히 진척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 사회에서 정부 노동조합 가정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기존 제도 및 기관에 대한 불안 심화는 개인주의 강화, 사회적 자본 감소, 상호 책임감 결여로 이어지는 등 나쁜 방향으로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결국 남을 돌보지 않는 자기 본위의 심성이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식 시장자본주의가 앞으로 계속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 지는 국가간 ‘새로운 합의’에 따를 것이다. 저자는 이 또한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고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떠해야 할 것인지, 깊이 자성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많이 변한 미국 경제와 기업의 본질을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국을 그냥 따를 것이 아니라, 정신차리고 냉정하게 우리 몸에 맞는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한다. 새 게임이 벌어지고 있으니 그 룰에 맞도록 게임해야 한다. 또 미국 기업이 미국 문화에 맞게 구조변신을 했듯이, 우리도 우리 문화에 맞게 구조조정을 마무리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때라 생각한다.

박우희(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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