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담뱃갑에 유해경고 경쟁

  • 입력 2001년 1월 4일 18시 50분


지구촌 곳곳에서 부는 금연 바람이 매섭다.

캐나다 담배 제조회사들은 최근 사상 최고로 강력한 유해 경고문을 담뱃갑에 인쇄하기 시작했다. 정부 지시로 이뤄진 이 경고문은 담뱃갑 겉면의 50% 이상 크기다. 흡연으로 숨진 이의 시신에서 떼어낸 병든 심장, 암에 걸린 폐, 뇌졸중에 걸린 뇌, 흉측하게 삭은 이 등을 생생한 컬러사진으로 실었다.

사진과 함께 인쇄된 경고문도 ‘담배 피우면 성불구!’ ‘우리를 독살하면 안돼’ ‘담배 연기 마시는 아기는 병든다’ ‘담배는 심장발작을 일으킨다’는 등의 직설적인 내용이다.

임페리얼 토바코 등 캐나다 담배 회사는 지난해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캐나다 정부는 사진만 실을 때보다 이처럼 자극적인 경고문을 실으면 60배 이상 효과가 있다는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까지 밝혔다. 10년 내로 흡연인구를 3.4% 줄이겠다는 것이 목표다.

유럽연합(EU) 의회도 지난해말 ‘흡연은 살인’ 등 캐나다 수준의 강력한 경고문을 2003년부터 싣는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스페인에서는 3일 오랜 흡연으로 후두암을 앓아 목소리를 상실한 4300여명의 환자들이 14개 도시에서 금연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이날 미국 영국의 거대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총 2200만달러(약 28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이들은 배상금을 받으면 후두암 환자들을 위한 재활 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도 뉴델리시는 1일부터 18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이를 어기면 최고 징역 3개월형에 처하기로 했다. 또 학교 학원주변 상점들에서는 담배 판매와 보관 등을 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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