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이동연이 본 '공중파 가요 시상식'

입력 2001-01-02 18:34수정 2009-09-21 12:5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해 29일 'SBS 가요대전', 30일 'KBS 가요대상', 31일 'MBC 10대 가수상'으로 이어진 연말 가요 시상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허례허식'과 '거품경제'로 가득한 이 식상한 가면무도회를 만드신 분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

은근과 끈기, 고집과 초지일관이 아니고서는 이들 연말 가요시상식의 존재 이유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난 수십년간 이렇게 말했다. '가수왕 뽑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1년동안 많은 활약을 보인 가수들에게 지난 365일을 정리하고 자축하는 자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요시상식은 가수들을 위한 자리라기 보다는 방송사를 선전하고 빛나게 하려는 자리로 굳어진 지 오래다.

엇비슷한 가수들이 '차출'되어 3일간 서로 다른 공중파 채널을 오고가며 벌이는 '1등뽑기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채널간 담합(?) 호환 프로그램'이자, 대표적인 전파낭비 사례다.

"조성모냐, god냐"하는 대립구도를 끝까지 몰고가는 살벌한 한국 가요 환경은 공중파 방송사의 마지막 배려로 끝내 그 긴장감을 증폭시켜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마지막 가요대상을 호명하는 장면은 감동과 기쁨의 자리이기보다는 배타심과 좌절감을 증폭하는 폭력적인 시간으로 다가온다.

끝없이 1등 경쟁을 강요하며, 그 경계에서 한껏 방송의 권력을 누려보려는 고령의 어느 사회자, 축하의 무리 뒤에서 쓴 웃음의 폐부를 드러내 보이고 마는 동료 가수들, 팬들의 실망과 적개심. 이것이 즐거운 자리 뒤에 숨겨진 우리 얼굴이다.

올해의 '1등뽑기 쇼'는 뭔가 달라지려고 노력한 기색은 있었다. 그러나 세대별로 나누어 10대 가수를 선정한 편법 같은 것으로는 '1등뽑기 쇼'의 폐해를 덮을 순 없었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행사를 각각 치르지 않고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새로운 방식을 찾는 것이다.

미국의 그래미 시상식처럼, 장르별 분야별 시상을 통해 다수의 뮤지션들을 소외시키지 않는 평등한 가요잔치가 성대하게 치뤄졌으면 한다. 연말 바쁜 가수들 불러놓고 '1등뽑기 쇼'를 위해 다수의 가수와 시청자를 소외시키는 어리석은 일들은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한다.

이동연(문화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