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모든 것은 돌멩이와 몽둥이로부터…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9시 23분


□모든 것은 돌멩이와 몽둥이로부터 시작되었다/리차드 아머 지음 이윤기 옮김/232쪽 6500원 시공사

“원시인이 최초로 사용한 공격무기는 돌멩이와 몽둥이. 그럼 최초의 방어 무기는?” “두개골.”

전쟁과 무기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은 시종 독자를 낄낄거리며 웃게 만든다. 원시시대부터 이집트, 그리스, 로마, 십자군, 기사, 몽고 침입, 백년전쟁, 30년전쟁, 나폴레옹, 남북전쟁, 보불전쟁, 1·2차 세계대전까지 정리한 이 책은 전쟁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딱딱함이나 심각함과는 거리가 멀다.

예를 들면 활과 화살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면서 엉뚱하게 롱펠로우의 시구 ‘허공 위로 화살 하나를 쏘아 올렸네/ 화살은 땅에 떨어졌지만 떨어진 곳이 어디인지 나는 알지 못하네’를 인용하는 식이다.

그러나 웃고 즐기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의 유머는 전쟁을 반복해온 인류의 어리석음에 대한 지독한 조롱처럼 들린다. 인류가 전쟁을 하는 이유를 한꺼풀만 벗겨보면 결국 코미디에 불과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문학자이면서도 한국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고 대령까지 복무한 저자는 이 책을 “죄인이 속죄하는 기분으로 쓴 글”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의 제목을 ‘제2½차 세계대전’으로 이름붙였다. 고작 돌멩이와 몽둥이를 들고 싸우던 인류가 이젠 스스로를 몇 번이나 모두 죽일 수 있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3차 대전이 안 일어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2차 대전과 3차 대전의 중간이며 3차 대전이 일어나는 순간 인류는 생존력이 강한 벌레에게 지구를 넘겨줘야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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