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2월 29일 15시 2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엔화가치는 속락하는 반면 유로화는 빠르게 반등하면서 강세통화(달러·엔)와 약세통화(유로)로 대별되던 시장의 판도가 '유로 강세-달러 중립-엔 약세'의 구도로 변화되고 있다.
기축통화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2001년 국제외환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엔화가치는 지난 2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14.35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99년 8월 이후 16개월만 최저치이며 연초의 1백1엔선에 비해서는 무려 13엔이나 하락한 것이다.
반면 유로화는 지난 20일 유로당 0.90달러를 돌파하며 4개월만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에도 쉼없이 가치가 상승, 28일에는 0.93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월 말에는 출범후 최저가인 0.82달러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해 단기간에 0.11달러나 급등한 것이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 19일 4개월 만에 다시 유로당 100엔대로 올라선 뒤 이날에는 유로당 106.50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로화가치는 엔화에 대해 지난 10월 유로당 90엔선까지 내려갔었다.
유로화 회복세는 그동안 고유가와 함께 세계경제 불안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온 '저(低)유로'라는 악재가 소멸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엔화 약세 및 유로화 강세 원인
미국의 경제전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2개월 동안 엔화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5%, 유로화에 대해서는 14.5%나 추락했다.
엔화가 약세를 것은 간단히 말해 일본경제의 앞날이 미국·유럽경제의 앞날보다 나빠 보이기 때문이다.
유로화가치의 강세는 유럽경제는 아직 건실한 반면 미국의 경기하강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일본도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는 때문이다.
우선 일본의 경우 경기회복세가 매우 약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일본은행(JOB)는 내년 3월에 끝나는 2000년 회계연도의 일본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당초 예상치인 1.5%에 못미치는 1.2%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경제의 회복이 더디다는 것을 시장에 고백한 것이다.
26일에는 대장성이 일본의 실업률 상승과 민간소비위축 등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등 일본경기 하강조짐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실업률이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한 4.8%를 기록, 전후(戰後) 최고치인 지난 3월의 4.9%에 육박했다고 발표했다.
11월중 봉급생활자 가계 소비는 전달보다 2.3% 줄었으며, 같은 달 산업생산성도 전달인 10월에 비해 0.8% 감소했다.
실업률은 증가하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아 내수산업이 퇴조하는 등 침체조짐이 완연한 것이다.
이에비해 유로존은 2002년까지 연간 3% 안팎의 건실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럽경제의 맹주인 독일과 프랑스의 실업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도 희소식이다.
국제유가만 안정세를 보이면 유럽경제의 상황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훨씬 양호하다.
◆전망
외환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로라면 2000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경 엔/달러 환율이 118엔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지은행은 최근 내놓은 환율 전망보고서에서 엔/달러 환율 변동치를 이같이 전망하며, 달러매수세 증가로 인해 닛케이225평균주가도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후지은행은 특히 일본의 엔화가치는 미국의 금리 인하와 관계없이 당분간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다이와은행의 외환전문가인 오카베 다케오도 "내년 3월 결산을 앞두고 일본기업들의 엔화수요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엔화가치는 120엔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인하 시기과 수준에 따른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유로화가치는 단기적으로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하시 미국증시의 상승 가능성이 높아 미 증시에 투자하려는 국제 기관투자가들이 늘어남으로써 달러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는데다 유로존의 자산가치가 회복추세여서 "미국증시의 거품 제거가 계속되면 달러가치는 자연히 내려갈 것"이라며 유로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지난달 초 정례보고서에서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최소 30% 저평가됐다고 진단했다시피 유럽경제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양대 통화의 왜곡된 평가는 곧 바로 잡힐 것이라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