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만의종교이야기]종교와 치료는 뗄레야 뗄수없는 관계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55분


종교는 병고치는 것과 뗄레야 뗄 수없이 연관되어 있다. 종교의 창시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병 고치는 일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주었다. 석가와 예수는 각각 세상의 번민과 고통으로 인한 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으며, 이슬람의 무함마드도 알라의 계시를 받아 병고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게다가 종교의 원형을 보여준다고 하는 샤머니즘의 경우에도 샤먼의 치병굿은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모두 '삶의 원래 질서'되찾는 일

여기에서 병이 들었다는 것은 단지 몸과 마음의 기능이 망가졌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계와 초월계의 관계가 심각하게 교란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병고침의 작업은 손상된 관계를 다시 복구하는 일로 간주되고, 창조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으로 본다. 병이 생기고 낫는 것이 단지 앓고 있는 한 개인의 일로 여겨질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병을 앓는 것은 세상의 참 모습을 바로 보지 못하는 무명(無明)의 탓이거나, 신―이 창조한 질서가 파괴된 탓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잘 것이 없다고 여겨지던 한 개인의 질병은 우주적인 규모의 중요성을 띠고 나타나게 된다. 병의 치료는 혼란에서 질서로, 죽음에서 부활로, 무명에서 깨달음으로 전환해 바로 ‘원래의 삶의 질서’를 다시 되찾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마음과 몸을 분리해 마음따로 몸따로 생각하는 것을 당연시했고, 우주적인 맥락을 전혀 고려함 없이 홀로 앓고 있는 개인의 고통만 부각시키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 것은 정신병이고 몸이 아픈 것은 육체병으로 분리 처리해 마음과 몸의 상관관계를 도외시했고, 앓고 있는 환자는 왜 자신이 이런 질병에 시달려야 하는지 아무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병원서 소외된 사람들이 갈곳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마음과 몸의 연관성을 차단하고, 질병의 우주적 의미부여 차원을 봉쇄하려는 서구 근대의료가 지배적인 체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몸은 실험실 기구와는 다르고, 또 인간의 장기를 기계 부속품처럼 맘대로 갈아 끼우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도 않는다. 이미 이런 서구식 근대의료체계의 문제점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병을 고치러 병원에 가면 병원의 위압적인 자세에 눌려 환자는 구제불능의 죄인처럼 되어 버리며, 멀쩡하던 사람도 병에 걸릴 지경이 된다. 이런 판에 현 의료체계에 소외를 느낀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병을 고쳐준다는 곳으로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닌가?.

얼마 전 방송에 불치병을 고친다는 ‘할렐루야기도원’이 방영돼 널리 화제가 되었다. 기도원측이 벌이고 있는 무지막지한 행각과 터무니 없는 술수는 고발되어 마땅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곳에 빠져 드는가 하는 점은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할 문제이다. 우리 사회의 의료체계에 대한 경고를 단지 일회성 고발만으로 가리려 드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없다.

(한국종교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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