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칼 라거펠트'…전통에 곁들인 파격의 미학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31분


세련된 파리지엔느들이 좋아하는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독일 출신인 칼 라거펠트는 켄조와 함께 파리의 프레타 포르테(고급 기성복업계)의 ‘투 K’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그는 82년 샤넬사로 자리를 옮겨 창립자 코코 샤넬의 뛰어난 감각과 정신을 되살리고 2차대전 이후 침체해 있던 샤넬을 정상급 브랜드로 키워냈다. 클레어 펜디 발렌티노 알마 발랑틴느 등의 유명 브랜드에 프리랜서로 참가해 참신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제공하면서 ‘디자인의 명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나를 위해 명성을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자기 고집을 꺾을 줄 알아야 진정한 디자이너”라는 말로 나르시즘에 빠진 디자이너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자신의 패션스타일을 ‘이지적이고 섹시한 멋’이라 정의하는 라거펠트. 한해 평균 16회의 컬렉션을 통해 천재성과 에너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스스로 개발한 새로운 봉재기술과 옷감을 통해 단순성과 현대적인 여성미를 ‘리드미컬한 율동’이라는 특유의 미적감각에 실어 보여준다. 스포티한 팬츠룩, 여유있는 랩코트, 긴 카디건, 홀터넥의 이브닝드레스 등 트렌드가 그가 새로 빚어낸 경향.

84년에 그가 오리지널 브랜드로 선보인 ‘칼 라거펠트’는 그의 독창적 디자인 정신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무늬를 문양화시키거나 복잡한 수학방정식을 넣어 만든 실크부채와 파라솔에서 그의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다. 기존의 정돈된 클래식 스타일에 약간의 파격을 둔 미래지향적 느낌의 ‘전위적 클래시즘’의 진수이기도 하다.

어떤 브랜드의 디자인에 참가하더라도 그 브랜드의 ‘라벨’을 돋보이는 디자인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오만’, 그리고 장인정신을 가진 라거펠트. 그런 천재성의 소유자가 자기 이름을 걸고 개성을 마음껏 펼쳐보이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패션 마니아들도 이 브랜드에 열광하는 것이다.

장 현 숙(보석디자이너)

client@jewelbutton.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