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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26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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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장과 주택은행장이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틈을 이용해 전격적으로 합병선언을 하는 바람에 파업 동조자가 늘었고 파업에 대한 사전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정부는 노조파업에 따른 비상대책을 수립했다고 큰소리 치더니 신한 한빛 기업은행의 예금 대지급도 전산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불가능한 상태이다.
합병은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화된 은행 구조조정 수단으로 주주총회가 최종 결정권한을 갖고 있다. 국민은행의 대주주는 골드만삭스와 정부이고 주택은행의 대주주는 정부와 외국계은행인 ING이다. 두 은행은 전체 주주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근본적으로 두 은행의 합병은 정부도 노조도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두 은행의 합병은 대주주인 외국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가 테스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경제는 10년 호황 끝에 경착륙이 우려되고 동남아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두 금융기관의 합병이 노조의 반대에 부닥쳐 실패로 돌아간다면 한국 경제가 어디로 추락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 주택은행은 우량은행이라고는 하지만 중복 점포의 과당경쟁으로 수익구조가 점차 악화하고 있다. 두 은행이 합병하고 나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복점포를 통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점포 통합은 결국 인원감축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은행원들이 실직의 불안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미 두 은행의 합병은 되돌릴 수 없는 물길이다. 두 은행장이 합병에 합의하면서 ‘비자발적 퇴직은 없다’고 밝혔고 업계 최고의 명퇴금을 약속한 만큼 노조원들은 빨리 업무에 복귀해 협상에 임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금융노조는 28일 은행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두 은행의 처리는 금융구조조정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정부 당국은 국민부담으로 15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 구조조정의 대원칙을 지키면서 시민들의 ‘금융고통’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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