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히딩크감독 계약 "2002년초까지 전술 완성"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8시 41분


거스 히딩크 감독(54·네덜란드)이 그리는 한국 축구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히딩크 감독은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 계약서에 서명한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향후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수 구성은 물론 전술면에서의 일대 개혁을 예고했다.

▽전술〓체력과 기술에만 의존하는 축구는 낡은 것이다. 90분 동안 경기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감독의 요구에 따라 순간 순간 완벽하게 전술을 바꿀 수 있어야 선진축구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해진 틀을 과감하게 파괴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줄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필드 사령탑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전처럼 무조건 달리기만 하거나 전체적인 경기 흐름과 무관한 국지적인 기술은 지양할 것이다. 기계의 부품이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듯 조직력을 갖춘 팀을 만드는 한편 부분 전술을 종횡으로 얽어 완벽한 전술을 보유한 팀을 만들겠다.

▽선수 기용〓한국선수 중 주목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이름을 미리 밝힐 순 없다. 95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도 주변에서 여러 선수의 이름을 거론했으나 백지상태에서 다시 출발했다. 한국축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유망 선수들을 꼼꼼히 체크해 처음부터 다시 대표팀을 구성하겠다. 덧붙여 ‘팔방미인’식 선수보다는 포지션별로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눈여겨볼 것이다.

▽전망〓96년 유럽선수권대회 때 네덜란드가 우승만 하면 삭발하겠다고 했다. 98년 도요타컵 때도 레알 마드리드 팬에게 이기면 콧수염을 민다고 했고 약속대로 했다. 한국팬과는 무슨 약속을 할지 생각해 보겠지만 내가 한국행을 결심한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한국 축구팬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98년 프랑스월드컵 때 한국에 치명타를 안겼지만 지금은 내가 지휘봉을 쥐었던 네덜란드와 본선에서 만나게 되더라도 내 목표는 이기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승까지는 힘들겠지만 남은 기간 대표팀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가능한 한 최고의 성적을 내겠다. 내년 말이나 2002년 초쯤에는 내 스타일의 축구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홈구장의 이점을 비롯해 여러 가지 유리한 점이 많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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