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신재균/시장선거 시민화합 계기돼야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9시 02분


연말인 요즈음 경남 사천시에서는 때아닌 시장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남들은 한차례 선거만으로도 시장을 뽑아 시정을 잘 꾸려가고 있는데 우리 고장은 민선 2기에 들어서만 세번째 시장을 뽑아야 하는 한심한 처지에 놓여있다.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들었다.

98년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장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같은 해 11월 26일 보궐선거로 어렵게 취임했던 두번째 시장마저 많은 시민의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26일 세번째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다. 경위야 어떻게 됐든 시장이 자주 바뀌고 여러 번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은 13만 사천시민의 불행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천시는 95년의 도농(都農) 통합조치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화합’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아물 만하면 상처가 덧나는 상황이 반복돼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선거는 민주시민사회의 윈동력이라는 참뜻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서로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이웃을 갈라놓는 부정적인 현상이 반복돼온 것이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하지만 사람이든 사회든 운명의 전환점은 있다. 본의 아니게 다시 한번 선거를 치르게 된 사천시는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재선거가 결정된 뒤 벌써부터 많은 사람이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어디 출신에 어떤 자리를 지낸 누구’라고 말하지 말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해온 누구’라는, 공정한 능력 대결을 펼쳐 주기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그렇게 해야 통합 사천시에 존재하는 해묵은 지역갈등은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아픈 경험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사천시는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고 첨단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새로운 산업의 발전이 기대되는 ‘희망의 지역’이기도 하다. 사천시가 이번 기회에 공명선거의 모범시가 되고, 그래서 재선거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적 각오가 더없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하겠다.

신재균(경남 사천시 농업경영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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