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日 '이세이 미야케'…'입는 자유' 표현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38분


유럽에서 더 유명한 일본의 패션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의 패션쇼는 항상 묘한 감동을 준다.

일본 전통 동요가 흐르는 가운데 여름 축제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어린아이, 곳곳에 매달려 흩날리는 종이학들, 주름 잡힌 일본우산이 한편의 연극처럼 관객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넨다. 이어져 펼쳐지는 그의 옷들. 쇼가 끝나면 애틋한 향수와 디자이너의 인간적 매력이 잔상으로 남는다.

그는 직관과 관습이라는 일본적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에 모리’나 ‘켄조’와 확연히 구분된다. 일본 문신예술가들이 사용하는 문양을 프린트한 옷이라던가 철사로 된 구조물에 옻칠한 구조물같은 의상, 누빈 면의 일종인 ‘사시코’를 이용한 옷은 일본의 전통에 새로운 빛을 던지고 있다.

그의 디자인의 특징은 의상과 인체사이에 일정한 공간을 뛰우는 특유의 방식에 있다. 기모노에서 차용한 둘러쓰기 또는 묶기를 통해 ‘입는 방식의 자유’라는 여백도 제공한다. 이런 스타일이 서구인들에게 신비감과 즐거움을 주며 80년대 초반부터 동경을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부각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필자가 일본 도쿄에서 유학하며 면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90년대 초 가게를 찾은 외국인 10명중 7,8명은 여름용 기모노인 ‘유카타’를 사갔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일본풍’을 세계적 트렌드로 키워낸 그에 대해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비교할 수 없이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디자이너로서 ‘전통에 가치를 둔 창조’라는 이세이 미야케의 작업에 존경과 질투라는 모순된 감정을 동시에 느끼곤 했다.

그의 디자인은 침구 목욕용품 수건 등으로 널리 퍼졌다. 지난해 SBS TV의 드라마 ‘불꽃’에서 재벌가의 딸로 나왔던 유호정이 이 브랜드의 수백만원대 목욕가운과 침구세트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다른 명품에 비교해보면 이세이 미야케는 이제 막 명품의 문턱에 들어선 브랜드. 이름에 걸맞는 미래를 만들어야할 부담은 고스란히 숙제로 남아있다.

장 현 숙(보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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