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하한가]대마초 피운 백담사 주지 '득우'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0시 09분


옛날 성질이 포악하여 사람 죽이는 일을 예사로 아는 코끼리가 있었다. 어느날 이 코끼리가 절 근처로 이사를 갔다. 늘 스님의 독경 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그무렵 마을에 사형수가 생겼다. 사람들은 죄인을 처형하기 위해 그 코끼리를 데려왔다. 그런데 코끼리는 죄인의 몸을 만지다가 그냥 가버렸다.

한갖 미물인 코끼리도 매일 불법을 들으면 마음이 맑아진다는 인도의 우화다. 어리석은 중생이 사찰을 찾는 것도 그런 마음을 얻기 위함이 아닐까?

설악권의 명찰인 백담사의 주지가 마약성 연초를 태워 구속됐다고 한다. 득우(得愚) 스님. 안 그래도 얻을 게 근심뿐인 것 같은 세상에 더욱 마음이 착잡해진다.

종교는 마음을 씻는 거울이 돼야 한다. 사기에다 원조교제까지 하는 목사님에 이어 대마초를 피우는 스님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종교계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흰 모래가 개흙 속에 있으면 모두 검어진다. 종교인을 보고 몸을 씻는 게 신자다. 그 스님은 왜 개흙으로 갔을까.

안병률/동아닷컴기자 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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